부실채권(NPL)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경쟁사 등장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농협중앙회 등 6개 금융기관들은 1조5000억원(출자금 1조원, 대출금 5000억원) 씩 공동 출연해 민간배드뱅크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닻을 올렸다.
유암코는 각 금융회사들의 출연금을 근거로 앞으로 약 5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게 된다.
유암코의 등장으로 그동안 NPL 시장을 독점해 왔던 캠코는 새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하지만 막상 캠코는 유암코 설립에도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암코에 대비한 대응전략, 마케팅·홍보 전략 등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면서 "유암코가 캠코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암코가 2014년까지 5년간 한시 운영된다는 것이 전제된 데다, 부실채권 인수 규모가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주도해 만들었다는 점도 이 같은 반응에 일조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에 부실채권 비율을 연말까지 1.09%까지 낮추라고 요구한 상황서 예상되는 NPL 규모는 20조원 수준. 유암코는 조직의 수명이 마감하는 오는 2014년까지 총 5조원의 NPL을 매입할 계획이다.
5조원을 제외한 15조원은 결국 구조조정기금을 근거로 사업을 진행하는 캠코가 싹쓸이 하게 된다.
캠코 관계자는 "유암코의 등장으로 캠코의 기본 스텐스를 바꾸거나 크게 당황해 할 일은 없다"며 "유암코의 인수 채권 규모가 작고 한시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라 우리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또 "NPL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새로운 임시 기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캠코는 유암코를 '경쟁자'로 보기 보다는 '동반자' 혹은 '보조자'적 역할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캠코의 이 같은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NPL 시장에 외국 자본들이 뛰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적 지원없이 자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캠코는 정책적 보호를 통해 NPL 시장에서 수요독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데다 매입 가격이 상당히 낮아 시장을 상당부분 왜곡하고 있다"며 "자칫 시장 참여자들의 역선택을 낳게 돼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거시적으로 신용경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배드뱅크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레이그라운드를 조성하고 캠코와 같은 정책 기관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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