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스틸 CFO, "M&A는 새 동반자를 맞는 일"

2009-10-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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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쿼털리, 해외 M&A 성공 비결 쿠식 차터지 타타스틸 CFO 인터뷰

경기침체로 북미와 유럽지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사이 아시아 등 신흥시장 기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기업들의 유럽 기업 M&A 규모는 4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이 중 인도와 중국 기업들이 성사시킨 거래 규모만 360억 달러에 달했다.

'위기 이후'의 성장전략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기업의 해외 M&A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경우 대개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들이 해외 M&A시장을 휩쓸고 있다. 특히 기업 사냥 대상이 석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업종에 치우쳐 있어 자원을 무기화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인도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해 상대적으로 현지인과 기업들의 반발이 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도 최대 철강업체 타타스틸은 인도 특유의 통합력으로 해외 M&A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7년 연간 조강생산능력 1900만t의 영국 코러스(Corus)를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세계 5위 철강업체로 도약했다.

쿠식 차터지(Koushik Chatterjee) 타타스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수대상 기업에 최소의 인원을 파견해 새로운 보스가 아니라 새로운 동반자를 얻었다는 분위기를 형성한 게 성공적인 통합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는 경영저널 '맥킨지쿼털리'는 최신호(10월호)에서 차터지 CFO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타스틸의 해외 M&A 성공 비결을 구체화했다.

13억 인구의 인도시장은 현지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차터지는 "인도의 기술력과 제한된 상품 등을 고려할 때 내수시장에서 거둘 수 있는 가치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단기간에 고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도 해외 진출을 통한 몸집 키우기는 필수적이다. 인도의 철강 수요는 6%를 넘나드는 성장률을 배경으로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타타스틸이 '빅딜'에만 매달린 건 아니다. 타타는 소규모 M&A를 통해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꾀했다.

특히 2004년 싱가포르의 낫스틸(Natsteel)을 인수하면서 타타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6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차터지는 "낫스틸 인수를 통해 글로벌 M&A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다국적기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문화적 차이 극복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56위에 불과했던 타타스틸은 기세를 몰아 2007년 4월에는 업계 9위의 영국 철강기업 코러스를 인수하고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차터지는 "합병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전체 조강능력 증대에 따른 이익이 4억 유로에 달했다"며 합병 효과를 설명했다.

타타스틸은 코러스 인수 직후 선진국시장의 고객 기반 및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생산규모를 2015년까지 3000만t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터지는 타타스틸이 문화가 크게 다른 코러스와 순조롭게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M&A를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라기보다 새 시장에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반자'라는 관점에서 피인수기업에 최소한의 인원을 배치해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한 것이 M&A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코러스 인수 직후 6개월 동안 통합기업의 공동비전 구상을 주도하기도 한 차터지는 "당시 우리는 다국적 철강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유럽시장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노력했다"며 "연구개발(R&D) 인력 등 늘어난 자원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타타스틸이 해외 M&A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는 인도인 특유의 유연한 사고도 한몫했다. 그는 "이방인들을 포용하는 인도 문화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제법 큰 역할을 한다"며 "주주들의 이익실현과 기업의 가치창출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포용력은 이번 경기침체 속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세계 철강수요가 급감하자 자금난에 몰린 타타스틸은 유럽에서 3억5000만 파운드의 비용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 적이 있다. 당장 큰 비용을 줄이려면 감원과 공장 폐쇄에 나서는 게 상책이었다. 하지만 타타스틸 경영진과 노조는 임금 10% 삭감안에 합의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타타스틸은 비슷한 시기에 인도의 잠세드푸르제철소를 500만~700만t 규모로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M&A가 인도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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