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하철노조와 KT노조, 쌍용차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이어 민주노총과 금속노련의 핵심사업장으로 꼽히는 현대차 노조마저 15년 만에 온건파 집행부를 탄생시키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동운동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민주노총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민주노총이 산하노조의 잇단 탈퇴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8일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 |
이어 이 관계자는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말할 수 없지만 민노총이 지금처럼 현장의 분위기와 괴리돼 정치적 투쟁구호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현장의 일선 노동자와 괴리된 투쟁구호만으로 노동운동을 끌고 가는 것에 대한 지적인 셈이다.
민주노총이 산하노조의 잇단 탈퇴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8일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
실제로 지난 4월 민노총을 전격 탈퇴한 인천지하철노조의 이성희 위원장은 민노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현장과 괴리된 운동노선을 꼽았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요란한 정치선동 구호가 아닌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선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말이다.
이번에 현대차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된 이경훈 후보 역시 당선 후 가진 인터뷰에서의 첫 일성이 “현장을 무시하는 금속노련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즉 조합원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는데 민주노총은 갖가지 현안에 개입하며 정치파업을 벌이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다 보니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현장 노동자의 정서와 이처럼 동 떨어져 있는 것은 민노총 지도부가 과거와 달리 관료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노동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민노총 산하 노조 위원장은 “해고자 복직문제로 투쟁을 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만났는데 민노총 위원장은 못 만났다”며 민노총 지도부의 관료화를 비판했다.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역시 올해 초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단위노조부터 총연맹까지 지도부가 특수계층화 돼 있다”며 “민노총이 이대로 가다간 1980년대 한국노총처럼 노동자들의 타도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잇단 노조의 이탈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민주노총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바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