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원들은 회계자료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이들의 재정·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이 의외로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신호(10월호)에서 미국 기업의 임원급 경영진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21개 문항으로 구성된 금융 IQ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평균 득점률은 38%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현금(cash)와 수익(profit)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전체의 70%는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뭔지 몰랐다.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의 차이점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손익계산서란 기업의 경영성과를 밝히기 위해 일정기간 내 발생한 모든 수익과 비용을 대비시켜 당해 기간의 순이익을 계산·확정하는 보고서인 반면 대차대조표란 일정시점에서의 기업의 재정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자유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서 나온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위해 들어간 현금을 빼고 남은 현금이다. 즉 회사 전체의 벌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HBR은 이와 같은 경영진들의 재정·금융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회사 경영 전반에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회사 재정에 무지한 경영진들은 운영에 대한 논의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통제력도 행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영진의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 않다면 부정회계 파문으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처럼 재정 사기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소규모 제조회사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지난 2년간 재정상태를 검토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그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무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BR은 또 경영진들의 재정ㆍ금융에 대한 이해력 정도가 기업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금흐름 개선에 주력하는 기업의 경우, 이익과 손실(P&L) 관리에 익숙한 경영진들 조차도 재고 감소 등 현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차대조표의 기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HBR은 최근 매상 총이익을 올리기 위해 헬스케어 서비스 회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판매팀이 판매와 이익을 내는 판매의 차이점을 구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익을 내는 판매의 경우를 구분짓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HBR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분의 2가량이 영업사원에 의한 할인판매가 매상 총이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이익에 어떤 수치가 적용되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익이 생기는 판매를 하기엔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에게 자신이 재정ㆍ금융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업무에 종사한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기 꺼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HBR은 경영진들이 회의 중 재정 관련 자료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중 대다수가 "사람들은 보통 상사 및 동료 앞에서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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