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각) 열린 독일 모터쇼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각 부스를 돌아보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연합)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정의선(39) 전 기아차 사장이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된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9월 들어 정의선 부회장은 국내외 주요행사에 정몽구 회장없이 단독 참가하며 정 부회장이 곧 현대차의 ‘새 얼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어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 등 완전한 승계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과연 현대·기아차그룹의 후계 구도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부회장 승진 후 종횡무진 행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7일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열린 YF쏘나타 신차발표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 |
지난 8월 21일, 현대차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디자인 경영’ 등을 통해 기아차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었다.
실제 기아차는 정 부회장이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쏘울, 포르테, 로체 등 ‘디자인’을 내세운 신차들을 앞세워 기아차 성장을 주도해왔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영업익(4192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승진 이후 정 부회장의 행보는 ‘종횡무진(縱橫無盡)’이란 네 자가 가장 어울린다. 그는 지난 1일 대한양궁협회장의 자격으로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참석하며 승진 후 첫 공식 행사를 치렀다.
9일 대회 종료 후에는 거의 곧바로 독일행 비행기를 타고 15일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참석했다. 또 곧바로 17일 서울에서 열린 신형 쏘나타(YF) 시승에 참석했다.
오는 24일에는 현대차의 유럽시장 공략의 전진기지가 될 체코공장 준공식에 참석키 위해 출국하는 강행군을 이어간다.
이 같은 행보는 역시 활발한 해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비슷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현대차를 대표할 만한 행사에 연이어 참석하고 있는 반면, 이 전무는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 주요 계열사 지분 확보가 관건
정 부회장이 독일 모터쇼 개막일(15일 현지시각)에 현대차 모두연설을 하고 있다. (연ㅇ합) |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글로비스 지분 31.88%를 포함해 비상장 IT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 내에서는 기아차 지분 1.99%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달 현대모비스가 현대제철의 현대차 지분 전량(5.84%)을 사들이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정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다만 부자(父子)가 합쳐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물류계열사 글로비스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을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이미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를 확보한 것에 비하면 다소 늦다.
또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약속한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에 대한 자금 부담 역시 지분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은 후계 구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7일 YF쏘나타 출시 행사때도, 기자들의 후계구도 관련 질문 공세를 우려한 듯, 공식 기자회견 자리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72세의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다음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이 ‘다음 행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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