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무릎에 사서 어깨에서 팔자

2009-09-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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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장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 지고 있다. 거침없는 상승랠리가 이어지면서 역사적 신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들도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들 역시 당초 예상보다 강한 시장흐름이 전개되면서 서둘러서 연중 고점에 대한 수정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3월 이후 시작된 랠리가  가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승 랠리의 배경을 살펴보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국내외 거시경제지표의 개선 △서프라이즈 수준의 기업실적 모멘텀 △외국인투자가들의 공격적 순매수 등 크게 3가지 요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버냉키 등 책임 있는 정책 당국자의 경기침체 종료선언 등과 같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들 지표에 대한 낙관적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는 "오르면 더 오를 것 같고, 빠지면 더 빠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라 할 수 있다.

코스피 1700선 고지에 올라선 지금은 막연한 기대감에 빠지기 보다는 한번쯤 주위를 돌아보고 냉정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증시 격언 중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관성에 힘에 의해 조금 더 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조정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때이다.

시장의 흐름에 대해 조심스러운 시각을 유지하는 이유는 2009년3월 저점에서의 상승 폭을감안 한다면 코스피 상승률이 이미 70%를 넘어서 있으며 밸류에이션으로 보더라도 매력적 수준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35배에 도달한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BR)이 부담스럽다.

자기자본이익률(ROE) 13% 전후에서 12개월 예상 PBR이 1.35배였음을 감안할 때, 개선된 실적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ROE가 12.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발표되는 지표마다 경기회복 시그널을 확인해 주는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경기선행지수, 소비지표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개선추세를 나타내는 전년동기대비 기준으로는 빠른 회복을 보여주고 있으나, 개선강도와 속도를 의미하는 전월대비로는 정점을 통과하고 있거나 이미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선행지수, 순상품교역조건, 리비젼인덱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익 모멘텀 자체도 3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익전망이 급격히 상향되고 있지만, 3분기 실적이 고점이라는 컨센서스는 변함이 없고, 애널리스트의 센티먼트를 보여주는 이익수정비율도 13.5%를 정점으로 이미 10%를 하회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수급 모멘텀은 아직까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세가 좀 더 이어져 1,800포인트에 육박하는 상승랠리가 뒤따른다면 아마도 이는 펀더먼털 보다는 수급요인에 기인할 것이다.

금년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25조원에 달하며 한때 28% 수준까지 떨어졌던 시가총액 비중 역시 31.70% 수준까지 높아졌다.

달러 캐리 자금의 유입뿐만 아니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에도 외국인 매수가 지속될 수 있을까?  4분기에도 외국인 순매수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강도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스라엘의 경우도 선진국지수 편입 이전에 글로벌 자금의 선유입이 있었고 이후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FTSE선진국지수 편입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증시의 방향은 두가지 힘의 충돌 결과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영향에 의한 외국인 순매수 유입은 상승을, 경기와 기업이익 모멘텀 둔화는 하락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모멘텀에서의 투자전략을 찾는다면 한마디로 업종 대표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슬림화 전략을 들 수 있다.

신규 유입되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해외 동종 그룹 대비 비교우위 경쟁력을 보유한 업종대표 대형우량주 중심의 시장흐름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주변에 긍정적 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주가 역시 열광하고 있다. 모두가 흥분할 때 일수록 냉정을 찾아야 할 것이다.

IT와 자동차에 우호적이었던 환율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1200원선이 위협받고 있으며,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유가 역시 들먹이고 있다.

경제지표가 좋아질수록 출구전략 역시 조금 더 구체화될 것이다.

현재의 랠리를 인정하고 즐기돼, 지금까지의 매수와 보유 전략에서 트레이딩 전략으로 수정하고, 업종 대표 우량주로 관심 범위를 좁혀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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