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사태' 유탄 맞은 신상훈 사장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황영기 사태의 유탄을 맞으며 경영자로서의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금융당국은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발생했던 횡령 사건을 이유로 징계 조치를 했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7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신상훈 사장에게 '주의적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지난해 강원도의 한 신한은행 지점에서 255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당초 신한지주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경징계 이하의 조치를 예상했었다. 횡령 사건이 발생한 후 신속히 대응해 사건을 조기에 마무리했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감안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은행 전반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금융당국에 소명을 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 사장에 대한 징계 조치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 황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지만 업계는 이미 중징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갈수록 늘어나는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특히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금융기관장들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애꿎은 신 사장이 징계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5년 동안 7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배임, 사기, 도난 등의 금융사고는 230건으로 관련 금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 2005년 국민은행 오목교 지점에서 발생한 65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 사건으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은 이후에는 지점 단위의 금융사고로 기관장이 징계를 당한 경우는 없었다.

2004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과 2005년 최동수 당시 조흥은행장이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지만 이는 회계기준위반, CD 위조발행 등 내부 감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제재가 확정될 경우 그동안 신뢰 경영을 강조해 온 신 사장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 사장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통합된 후 6년 동안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며 신뢰 경영을 펼쳐왔다"며 "황영기 사태 후폭풍으로 신 사장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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