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와 관광업계의 한숨소리

2009-09-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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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환(문화ㆍ레저부장)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관광업계가 초비상이다.
8월 31일자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방한 관광객 취소·연기 사례가 759건 5만3273명에 달한다. 1인당 지출 비용을 50만원으로 어림잡아도 300억원이 날아갔다.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2007년 기준 작년 방한 관광객 30% 감소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만 벌써 2008년 대비 40% 감소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환율 특수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 관광객이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급감하면서 업계는 패닉상태를 넘어 거의 업무 중단 상태에 빠졌다. 내년 상반기는 전체 1만1000여 여행사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 보고서도 비관적이다.
2010년까지 전 세계 관광업계의 손실이 22억 달러(한화 33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3년 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사스(SARS) 피해액 151억 달러에는 못 미치나, 한국에 미친 영향은 최악이다. 당시 한국은 사스 청정지대였다. 김치홍보 효과로 오히려 관광수지가 더 늘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신종플루사태는 4명의 사망자와 뇌사자가 나오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하반기 전망은 최악이다.
외국 방한객의 신규예약은 거의 끊긴 상태다. 특히 무풍지대였던 신혼여행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출장도 무차별적 감소를 보이고 있다. 호텔·항공·요식업 등 관련 산업의 전 방위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가 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무책임한 보건복지부의 회의 자료가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경보를 ‘경계2단계’로 격상했지만 막연한 공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현실이 답답하다. 예방 백신을 미리 확보하라는 국회의 주문을 무시하다 뒤늦게 부산을 떠는 등 당국의 안이한 대처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나 업계도 11월 예방백신 대량 보급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업계 선두인 하나투어는 9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주일 무급휴가와 일시적 감봉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동남아와 중화권, 일본 등 알짜 노선의 추석 전세기 투입도 전면 취소했다.

대책 없이 일손 놓은 관련당국과 업계도 반성해야 한다.
외국 관광객들의 막연한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마저 부족했다.
비근한 예로 2003년 사스의 광풍이 몰아칠 때 태국정부와 여행업계는 자국에서 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 시 보상금 14억 원 지급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8월 말까지 신종플루로 119명이 숨지자 태국 정부는 국가 차원의 작전실(War Room)을 부활시켰다. 효과는 둘째치더라도 정부와 업계는 관광객들의 불안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한국관광공사가 내건 1억 보상금이 고작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제 정부도 비상사태 돌파와 관광서비스 수출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관광산업이 서비스 수출산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부족했다. 관광부문 예산이 전체의 0.5%에 불과한 현실로는 어림도 없다.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
이제라도 수시로 변하는 관광수요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체질 개선과 인프라 건설을 확대해야 한다. 민간 투자유치를 위해 허가 조건과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신종플루로 인한 관광업계의 한숨소리가 안타깝다.
지금이야 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업계도 재정비돼야 한다. 서비스 경쟁력 확보와 다양한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 당국과 업계는 이번 신종플루 사태를 거울삼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광 한국’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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