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임원들의 마음을 달래라

2009-08-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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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종료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신중론도 있지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업가로선 희소식이다. 기회만 잘 타면 호황기보다 경기 회복기에 챙길 수 있는 과실이 더 크다. 이런 때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도약하고 싶은 게 기업가다. 하지만 예전만 못한 기력이 문제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임원들도 지쳐 있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단행한 감원 대상에 포함된 핵심 인재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기에는 무엇보다 전열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며 회사를 지켜온 임원들을 달래는 게 급선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임원들이 리더십을 다잡아야 조직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경영저널 맥킨지쿼털리 최신(8월)호를 통해 글로벌 주요 기업 임원 165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경기 회복기에 필요한 핵심인재 관리법을 소개했다.

각 기업의 사업부문 대표(C-level Executives) 중역(senior managers) 중간 관리직(midlevel manager)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맥킨지는 제일 먼저 직급별 업무 만족도를 살폈다. 또 경제 위기로 인한 개인별 역할 변화, 스트레스의 정도와 원인, 본인과 상사의 업무 수행능력 정도, 위기관리 능력 등을 조사해 전반적인 업무 만족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임원들은 경영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 자신의 위치가 더 안정됐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 가운데 95%는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업무 수행능력이 향상됐으며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답했다.

특이할 점은 이들이 처한 업무환경이 되레 나빠졌다는 사실이다. 임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금융위기 이전 주당 45시간에서 55시간으로 늘었다. 또 전체 응답자의 40%는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 없이 더 많은 책임을 떠맡게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임원의 95%는 비즈니스 리더로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만족하며 경제위기 이전보다 업무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비즈니스 리더로서 만족도가 높은 임원 가운데 50% 이상은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무 만족도가 낮은 임원 가운데는 30%만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임원들의 전반적인 업무 만족도는 높지만 개인적인 편차에 따라 역할이 갈린다는 것이다. 임원 개개인의 업무 만족도가 두루 높아져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맥킨지는 경기 회복기에 임원들이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해 역량을 강화하려면 리더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선 이상 경제위기 속에 단기적인 손익계산에 골몰하던 시간과 에너지를 장기적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량을 확보하는 덴 스트레스 관리가 관건이다.

상당수 임원들은 경제위기에 따른 스트레스에 꽤나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70%가 이번 경제위기에 따른 스트레스 수준이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따른 임원들의 업무 만족도는 크게 엇갈렸다. 만족도가 매우 낮은 임원들의 65%는 사회적 혹은 종교적 활동이나 운동, 개인적 취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만족도가 매우 높은 임원들의 64%는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답했다.

맥킨지는 "업무 외 대외 활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임원일수록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능력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며 "임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 주기 위해 업무 이외의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간 관리직의 경우에는 업무와 상사에 대한 만족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이 일반 임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더 많은 책임을 떠 맡았지만 적절한 보상이 따르지 못한 탓이다. 중간 관리직은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세지만 직위가 오른 경우는 48%로 사업부문 대표급(66%)이나 중역 임원급(62%)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다.

또 경제위기로 인해 현재의 업무나 역할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고 답한 경우도 중간 관리직(27%)이 평균(18%)보다 높았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과 심리적 보상을 고려해 볼 때 현 직장에서 최소 2년은 더 근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중간 관리직(36%)의 경우 평균(52%)을 밑돌았다. 중간 관리직이 사업부문 대표나 중역급 임원에 비해 업무 만족도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중간 관리자들은 이번 경제위기로 경영 일선에서 가장 많은 부담을 떠안으며 큰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이들이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게 하려면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맥킨지는 조언한다.

또 경기 회복기에 기업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자들이 업무를 통해 의미를 찾고 회사에서 개인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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