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기 분야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알파우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남성을 능가하는 역량과 열정으로 무장, 금융권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금융권 알파우먼 중 안태현 한국씨티은행 투자상품부 부부장은 손 대는 일마다 '혁신'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균형감각 덕분이다.
그녀는 금융이야말로 꼼꼼함과 배려심, 조화로 대표되는 여성성이 가장 잘 반영되는 업종으로 향후 여성들의 진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성 특유의 언어 능력과 균형과 조화, 서비스 정신 등은 금융업에 잘 맞는다고 봐요. 특히 외국계은행은 성별ㆍ나이ㆍ국가ㆍ학벌 등을 따지기 않기 때문에 여성이 큰 꿈을 꿀 수 있죠"
안 부부장은 여성의 금융업 진출을 지지하며, 금융이야말로 여성에게 가장 잘 맞는 업종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남성의 공격적, 진보적 성향보다는 여성의 수비적, 보수적 성향이 업무 성격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 기회가 늘고 외국계은행들을 중심으로 여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확대하고 있어 성장 기회 역시 열려있다.
안 부부장은 이 같은 환경 변화 및 업무성격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안 부부장의 손을 거친 일은 모두 효율적인 방향으로 정리되고 이노베이션(혁신)을 일으킵니다. 안 부부장은 업무의 개선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한국씨티은행에 입사한 그녀는 4년 동안 신용대출, 지수연동예금, 구조화펀드 등 상품개발 업무에 매달렸다.
이 업무를 하면서 그녀는 상품을 보다 정교화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보다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선했다.
현재 맡고 있는 투자 전략 및 리서치 업무에서도 이 같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녀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보고서에 '색'을 입혔다. 편집과 면을 세련되게 꾸미는 사전적 의미의 색과, 고객들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적 색이 그것이다.
"금융 정보가 워낙 복잡하고 정보의 양이 많아 고객들이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고 해도 딱딱한 내용이라면 소통에 문제를 부를 수 있어, 보고서를 보다 '친절'하게 만든 것이죠"
안 부부장은 또 강연에 임할 때도 TV 앵커나 학원강사들의 강의 형식을 빌려 고객들의 분위기 완화와 자연스런 호응을 이끌어낸다.
여성 특유의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덕분에 그녀는 입사 6년만에 부부장에 오르는 등 금융권의 알아주는 알파우먼이다.
안 부부장은 1997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잠시 일을 한 뒤 IT붐이 일던 1990년대 후반 창업의 길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20대의 나이 어린 그녀가 판을 벌이기에는 창업의 길은 녹록치 않았다. 사업을 하는 동안 본인은 월 100만원 가량의 수익 밖에 얻지 못했고, 부하 직원들을 이끌어야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주말은 물론 퇴근이 없는 삶을 3년을 보냈다. 그러다 그녀는 MBA를 결심하게 됐다.
"사업에만 매진하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었어요.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었죠. 그래서 공부를 조금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학부시절에 지멧(미 대학원 지원 시험, GMET)에 응시한 적이 있어 무작정 지원했어요"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에 합격한 그녀는 입학과 함께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러미 시겔 교수로부터 강의를 받았다. 이때부터 그녀는 금융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융의 매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금융은 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이상, 금융은 물과 공기처럼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안 부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높아진 금융업에 대한 비판 인식에 대해 금융업이 갖는 본연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선진국인 미국에서 조차 금융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졌는데, 유동성 지원이라는 은행 본연의 의미와 역할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금융업이 땅 짚고 헤엄치는 산업이라는 10년 전 인식은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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