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여기자 2명이 풀려나는 `선행변수'가 없었다면 유씨의 석방도 쉽사리 성사되기 어려웠고 자칫 장기미제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클린턴 방북을 기점으로 대미 대화를 위한 가시적인 태도 변화를 꾀하려는 흐름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흐름 속에서 수세에 몰렸던 북한으로서는 결국 클린턴 방북을 카드로 활용해 국면전환을 꾀하는 쪽으로 전략적 좌표를 수정했다는 분석에서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더이상의 도발카드보다는 유화적 제스처를 통해 당장의 제재흐름에 제동을 걸고 북.미대화의 분위기를 띄우는 쪽으로 대외전략의 중심추를 이동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억류 여기자들을 인도주의라는 명분을 내걸어 석방하고 북.미간 간접적으로나마 양자 직접대화를 하는 모양새를 연출해냄으로써 대외적으로 `달라진 북한'을 선전하는데 주력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유씨의 석방은 클린턴 방북 이후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 속에서 일정 정도 `예고된 수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미 북.미간 대화모드로 방향을 고쳐잡은 북한으로서는 현시점에서 유씨를 억류할 전락적 필요가 사라졌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만일 북한이 유씨를 계속 억류하고 있었다면 클린턴 방북을 통해 `달라진 북한'을 과시하려는 선전효과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유씨를 석방하지 않았다면) 반쪽짜리의 변화로 국제사회에 비쳐질 공산이 컸다"며 "(석방) 타이밍의 문제는 대남전략 차원에서 다른 전략적 고려가 필요했을 수 있지만 석방 자체는 이미 정해진 카드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클린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유씨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 북한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다가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유씨의 석방은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가 틀을 잡는 `완결점'이자 미국을 겨냥한 우회적 `평화공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앞으로의 북.미관계의 흐름에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여기자 석방에 이은 유씨 석방을 대외적 선전카드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턱밑까지 다가선 제재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북.미 양자대화 쪽으로 북핵 협상의 틀을 바꿔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관측통은 "북한은 이번 유씨 석방이 북한의 변화 의지를 확인해주는 시금석으로 국제사회에 인식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은 또 미국이 계속 자신들의 양자대화 요구를 거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조만간 있을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동이 북.미관계의 방향타를 잡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3시간여동안 김정일 위원장과 나눈 세밀한 대화내용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씨 석방문제가 일정한 참고요인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제재 스탠스로 봐서는 결정적 변수가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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