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녹색인증제' 시행 감감무소식...녹색투자 과열로 부실대출.보증 발생 우려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선언’이 1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전 산업분야에 걸친 친환경 대체에너지, 온실가스 감축 등의 녹색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밥상은 차려졌는데 수저가 없다”라는 푸념이 새어 나온다. 녹색사업의 정확한 기준과 이에 따른 정부지원치를 설정할 바로미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녹색인증제’를 추진 중이다. 이는 녹색성장 지원책의 핵심이 되는 요소지만 정작 시행은 수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때문에 부화뇌동식으로 녹색사업의 정의도 제대로 내리지 않고 무분별한 확장에만 전념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1년도 안 돼 ‘녹색성장’이 아닌 ‘녹색거품’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녹색인증 국회통과 시급
녹색인증제란 정부가 특정기업의 해당기술과 프로젝트가 녹색분야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 시 지원을 결정하는 사전검열제도를 뜻한다.
전 산업분야에 걸쳐 녹색붐이 일면서 기획재정부 등 해당부처들은 “오는 9월까진 녹색기업을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대출·보증·세제혜택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노력한들 녹색인증제의 법적근거가 되는 ‘녹색성장기본법’의 국회통과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녹색성장 기본법에는 녹색기술, 녹색 프로젝트, 녹색 상품 등의 관련 규정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은 미디어법 등 주요현안에 밀려 낮잠만 잔 지 6개월째다. 세계적 기류인 저탄소 정책에 한국도 빨리 동참해야 한다는 해외여론이 비등하지만 여야정쟁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지난달부터 국회 내 관련 상임위인 기후변화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에서 녹색인증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야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면서 ‘반쪽논의’에 그쳤다.
더욱이 법안에 포함된 배출권 할당 등의 문제를 놓고도 기업들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한다.
이에 여권 내부에선 “녹색성장 5년 개발계획 첫해부터 주춤할 바엔 아예 지난달 미디어법 직권상정 때 같이 처리하지 그랬느냐”는 푸념도 나온다.
기후변화특위가 8월 말 시효가 끝나는 한시적 특위라는 점도 문제다. 법안이 8월 말 안에 통과되지 않을 경우 위원회 구성-공청회-여론수렴-여야논의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 확산 “녹색이라면 무조건...”
법이 통과돼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 예산 2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원금을 노린 기업과 녹색주(株) 등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규모를 정해놓고 녹색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고 부추기기 때문에 부실대출이나 보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평했다. 즉 주식시장에서 녹색기술이나 인증을 확보한 후 ‘제2의 벤처거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도 녹색기술의 분야가 워낙 방대하고 수시로 바뀌고 발전을 거듭해 실질적으로 이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계류 중인 녹색성장기본법은 녹색기술을 판별키 위한 구체적인 수치나 명확한 적정선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벤쳐기업들이 아무리 참신한 녹색성장 아이템을 내놓아도 자칫 투자규모가 크거나 실적·매출이 높은 대기업에만 정부지원이 몰리는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투자과열 등 녹색거품 우려와 관련 “녹색인증 방안마련 과정에서 적절한 투자대상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도 “녹색인증의 명확한 법적근거 마련 후 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 규정을 삽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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