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주도하는 '녹색'과 '성장'’의 조화

2009-08-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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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백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기 훨씬 전, 인디언들은 우주의 섭리자 '위대한 정령'을 숭배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았다.

'어머니 대지'를 숭배하였으며 살아있는 만물을 형제 대하 듯 하였다. 토지에 금을 긋고 소유를 주장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려 애썼고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였다. 요즘 말로 하면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삶을 누렸던 것이다.

백인들이 대륙에 진출하면서 인디언들은 문명을 접하게 된다. 동서로 철도가 놓이고 남북으로 길이 닦이면서 그들이 알고 있던 자연의 질서가 깨지기 시작했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들소가 남획으로 사라졌으며 토지가 소유권에 묶여 희소자원이 되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인디언들은 보호구역 안으로 쫓겨 들어가게 되었다. 문명의 대가치고는 인디언에게는 가혹한 거래였으나 미국이라는 나라는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대다수 미국인들도 경제성장의 비용을 통감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수질 악화, 대기 오염, 생태계 파괴 등은 개발론자의 입장에서조차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식자층에서 시작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또 행동에 옮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옛날 인디언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발전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가치를 되살리고 개발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대체로 비슷한 개발과 환경의 갈등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압축성장의 신화만큼이나 다른 국가에 비할 수 없는 속도로 우리 환경은 파괴되었다.

다행히 국민소득 2만달러 문턱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했으며 저탄소 친환경 자원절약 전략에 고용창출 전략을 융합해 녹색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9개 핵심과제와 27개 연계 프로젝트로 구성된 녹색뉴딜사업 중 건설관련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포함한 15개 사업으로 약 40조원 규모이다. 15개 사업의 총 생산유발효과는 66조원, 총 취업유발인원은 50만명을 상회한다. 저급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대졸 이상 취업유발인원은 약 14만명에 달한다.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아 녹색성장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녹색성장은 건설산업에 있어서도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건설산업은 전체 땅과 물의 20% 이상을 쓰고 있으며 천연자원의 30% 이상을 활용하고 에너지의 40%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이므로 건설산업이 변신해야만 녹색성장이 가능해진다.

이미 건설산업 입장에서 건설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산업 기술육성에 GDP의 2% 이상을 투입키로 하였다.


생산과정에서의 건설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건설 생산물의 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의 도로와 항만, 주택 등 전통적인 상품에 '친환경'이라는 가치가 추가되면서 녹색건설시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기존 상품 외에도 재생 에너지, 원자력 발전소, 자원 순환, 환경 복원 등과 관련된 건설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항구적인 변화이므로 친환경 건설시장은 산업의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녹색성장에 있어서 건설산업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함으로써 국가경제 성장을 선도함은 물론 건설산업의 르네상스를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설산업의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녹색과 성장의 조화는 건설산업의 변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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