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여파로 캐피탈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대형 캐피탈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의 짝짓기 구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업체가 완성차 업체의 신차 할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같은 판도 변화는 캐피탈 업계의 실적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캐피탈이 캐피탈 업계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전체 판매 실적 중 60% 가량에 대해 할부 금융을 제공해 왔던 대우캐피탈은 경기침체로 쌍용차 매출이 급감하자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1분기 대우캐피탈의 신차 할부금융 취급 실적은 46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취급 실적은 1조2063억원에 달했다.
대우캐피탈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쌍용차 쪽에서 입은 손실을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캐피탈 모회사인 아주그룹은 GM대우가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한 지역총판제에 계열사인 아주모터스를 참여시킬 계획이다.
GM대우는 기존에 대우자동차판매가 독점해 왔던 판매 대행 업무를 전국 8개 권역에서 새로 선정할 딜러에 일임하는 지역총판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아주모터스는 현재 수도권 지역의 판매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GM대우와 협상 중이다.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대우캐피탈은 GM대우 차량에 대한 할부금융을 취급할 수 있게 돼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GM대우의 국산차 내수 시장점유율은 7.2%인 반면 쌍용차는 1.9%에 불과하다.
대우자판이 GM대우 차량에 대한 판매 우선권을 상실할 경우 대우자판이 판매 대행한 차량 중 77%에 대해 할부금융을 제공해 왔던 우리캐피탈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대우자판은 GM대우의 지역총판제에 참여할 지 여부 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캐피탈은 르노삼성 차량에 대한 할부금융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에 대한 할부금융 물량을 르노캐피탈(RCI)에 양도키로 했다. 그동안 르노삼성 차량의 할부금융 물량은 삼성카드(30%)와 RCI(70%)가 양분해 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며 "르노삼성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부금융 부문을 RCI에 양도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와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할부금융 물량의 85%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캐피탈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이번 주 발표될 현대캐피탈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