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지역주민들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으로서는 대기업보다 지역주민 편에 설 가능성이 높아 SSM 사업을 준비해 온 대형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며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권을 각 시·도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수·위탁거래 공정화 및 중소기업 사업영역보호에 관한 운영세칙)를 개정해 5일부터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종전에는 SSM 등으로 피해를 본 중소유통업 단체가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중기중앙회는 피해사실을 조사해 중소기업청으로 결과를 통보하고, 중기청은 사업조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새 고시는 중기청이 중소유통업체의 피해 사실을 조사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역할만 하고, 사업조정 신청, 접수, 조정 권고, 공표 및 이행명령 등 7개 권한은 해당 시·도가 맡는다.
이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앞으로 SSM의 영업시간, 점포면적, 취급품목 제한 등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한 조정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또 중소유통업단체가 대기업의 시장진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조사신청제도가 도입된다.
아울러 시·도는 중소유통업 단체와 대기업 간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지방중소기업청장과 지역경제, 중소기업 전문가 등 10명 이내로 구성되는 사전조정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번 고시개정을 계기로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측은 "정부의 조치이니 불가항력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자체가 권한을 갖게 되면 현실적으로 지방에서의 출점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중소유통업계는 이번 고시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역경제의 주축은 지역 중소 상인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 편에 더 가깝지 않겠느냐"며 "일단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은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그동안 논란의 여지가 컸던 SSM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중기청은 그간 긴 침묵으로 일관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전통 시장을 방문해 대형 유통업체 규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규제안 마련에 나서는 등 정치권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석우 중기청장은 "개별 지역 상인들의 상황은 지자체에서 가장 잘 안다"며 "사업조정권 이관의 목적은 양측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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