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시장 '승승장구' 현대車…내일은 없다?

2009-07-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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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시장이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한파는 제너럴모터스(GM)를 쓰러뜨리고도 위세가 여전하다. 판매 감소세는 다소 둔화됐다고 하지만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상업용 부동산과 신용카드, 고용불안 등 제2의 미국발 위기를 부추기는 요소들이 정상궤도 회귀를 가로막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보인 선전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연초부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마케팅 전략이 특히 주목 받았다. 실직 고객의 자동차를 되사주고 기름값을 보조해주는 '어슈어런스' 및 '가스록'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었고 현대차의 미국시장 판매실적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 언론은 실직과 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간파한 현대차 마케팅 임원들을 심리학자에 빗대기도 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되짚어 볼 게 있다. 현대차의 전략은 일시적인 불황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푼이 아쉽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소비자들에게 현대차가 주는 특혜는 각별하다. 하지만 한 순간의 만족감이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은 이미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늘어난 점유율의 가치가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미국의 경기가 호전됐을 때다. 과연 특혜 없이도 승승장구가 가능할까.

해외 언론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현대차의 마케팅 전략이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인센티브와 대량 판매가 중고차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미국인들에겐 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JD파워도 최근 수년간 인센티브와 무관하게 현대차를 다시 찾는 고객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질주할 수 있는 트랙은 결코 길지 않다. 혼자 뛰는 트랙에서 승승장구한다고 자만할 게 아니다. 후발주자인 중국도 불황 뒤에 찾아올 전기차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언론에 현대차는 전기차시장의 후발주자로 비쳐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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