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종가(宗家) 현대건설이 지난 2004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내준 뒤 맏형의 자존심을 되찾기까지는 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현대건설은 30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09년도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회사 설립 이후 지난 2003년까지 42년간 줄곧 시공능력평가 1위를 지켜왔던 현대건설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초.
외환위기로 불거진 건설업계 위기는 현대건설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고 결국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차례 감자(減資)가 이뤄졌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강도높게 추진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2004년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 1위자리 되찾기까지
지난 2000년 2조9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건설은 2003년 25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다. 3년만의 결실이었다. 2005년에는 당시 사상최대인 32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워크아웃도 졸업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매출 4조6402억원, 영업이익 231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대로만 가면 연말에도 사상최대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2008년말 기준 181%로 1984년 기업 공개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현대건설이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게 된 원동력은 안정적으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이를 기반으로 한 탁월한 실적이다. 현대건설의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65%, 해외 35% 정도로 나눠져 있다. 국내 매출도 토목 27%, 건축 40%, 플랜트·전기 32.5% 등으로 분산돼 있어 경기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현대건설의 1위 자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상최대의 실적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일감도 충분히 쌓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 수익성 개선은 숙제
상반기 수주 실적은 7조3557억원으로 부동의 업계 1위다. 수주잔고는 45조3541억원으로 약 5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다. 한 동안 위축됐던 해외수주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도 큰 힘이다.
지난해 5월 단일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카타르 라스라판 발전공사(20억7000만달러)를 수주한 데 이어 올들어서도 사우디 카란 가스처리시설(13억4000만 달러), 싱가포르 지하유류비축기지(4억 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통합가스기반시설(17억 달러) 등 대규모 해외 사업 수주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인운하 등 대형 사업을 따내면서 상반기 2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해군기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반면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은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지만 수익성을 끌어 올려야 하는 가장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상반기 매출 4조640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4.98%로 5%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덩치만 컸지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외형성장 못지않게 내실다지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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