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런던에서 개최된 고령화 대비 국제심포지엄에서 고령화에 따른 노후자산 확보가 지구촌 경제의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산업화가 늦게 시작되었으나, 산업화의 속도가 선진국들을 상회하고, 고령화 속도 또한 선진국들을 앞서고 있는 추세이다.
OECD(2004)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이미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초 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2026년으로 선진국들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오히려 앞서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성주호 경희대 교수 |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됨으로써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노년층 시장으로 옮겨갈 필요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55세 이상 중고령자가 전체 금융자산의 77%를 보유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도 은퇴계층의 구매력이 6,5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년층 시장의 부상과 노년층 시장을 타겟으로 한 실버산업의 대두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실버산업은 고령사회에서 민간부분이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고령자의 복지욕구에 부응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령인구의 증가 뿐 아니라 핵가족화 현상, 국민소득의 증대 등이 실버산업 활성화에 필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존산업의 경우 2002년 시장규모는 2020년까지 연평균 5.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동기간 실버산업은 14.58%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버산업의 성장가능성은 기존의 시장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기존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실버산업은 고용문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산업의 경우 2002년도 연간 고용창출효과는 약 1,266만명으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기술변화 및 업종구조의 변화 등에 기인한 취업계수의 추세적 하락으로 약 715만명으로 이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3.0%씩,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2%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버산업의 연간고용창출은 각각 연평균 8.6%와 4.3%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노년층 가계자산의 83%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어, 노년층 시장의 자금 유동성이 낮은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발전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주택보유를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의 의식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년층 시장이 활성화 되어 실버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년층의 자금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 과제일 것이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약 50%가 완전주택소유자로서 노년층의 자금이 고정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고정화되어 있는 노년층의 자금을 유동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이다.
주택연금이란 주택은 소유하고 있으나,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에게 소유주택을 담보로 매월 또는 일정기간마다 노후생활자금을 연금형식으로 대출하는 금융상품이다.
주택연금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서 계속 거주 할 수 있어 보유주택에 대한 애착심이 강한 한국인 정서에 부합한다.
뿐만 아니라, 주택매매가 쉽지 않은 경우 쉽게 주택을 현금화하여 노령인구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고,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가입자가 담보주택의 가격을 상화할 정도로 장수를 하더라도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통해 연금을 계속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존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주택연금에 계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주택연금은 은행과 보험회사 등 민간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많은데 이것은 주택연금의 원리를 부분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담보대출의 변형된 형태로 만기까지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집을 매각하여 상환해야 하는 상품으로 일반적인 고령 세대가 이용하기에는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운용된 민간 금융회사의 주택연금은 이미 10년 전에도 부분적으로 도입됐으나 이용실적이 미비하여 사장되었던 예가 있다.
그 원인으로는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자산가치의 평가 저하 등으로 인한 위험 때문이었다.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삼성화재, 흥국생명 등 8개 금융기관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택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택연금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이며, 노년 층의 주택연금에 대한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신 성장 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버산업의 활성화 방안으로 주택연금을 통한 노령 인구 층의 자금 유동화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택연금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노령 인구 층에 대한 사회복지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