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사건 1년..관광재개 '요원'

2009-07-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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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당시 53.여)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지 오는 11일로 만 1년이 된다.

사건 직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 전망이 불투명하다.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관광 재개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아져 북한이 억류 근로자를 석방하고 방북자들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장치 마련에 협조하지 않는 한 금강산관광 조기 재개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건 이후 남북관계 악화일로 = 작년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삐걱대기 시작한 남북관계가 장기 경색 국면에 접어든 결정적 계기로 박씨 피살사건을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적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10.4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북측과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전면적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날이었다.

이 대통령은 박씨 피살 소식을 연설 직전에 들었음에도 불구, 대화 제의 내용을 연설에서 빼지 않았다. 또한 통일부는 이 사건을 남북관계 전반과 분리해 대응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이 사건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작년 7월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북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한 문구와 10.4선언 관련 문구를 넣고 빼는 문제를 놓고 `외교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이 박씨 피살사건 직후 중단되면서 관련 업자들은 생업에서 손을 놔야했다.

금강산에 입점해 있던 식당.위락시설 들은 대부분 휴업에 들어가 종업원을 철수시켰고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직원들을 대거 재택근무시키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가 작년 7월 완공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지하1층, 지상 12층.객실 206개)는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 없을 때는 면회소를 숙박시설로 사용한다는 복안이었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됨에 따라 면회소는 현재 유지.관리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관광 조기 재개 `난망' = 박씨 피살 직후 관광중단을 결정한 정부는 처음에 우리 당국자의 현지조사를 통한 진상규명,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이를 관광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그러다 작년 10월 말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이 "남북 당국간에 대화를 한다면 틀림없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한때 관광 재개의 `문턱'을 낮추려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개성공단 근로자 억류,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국면 전개 등 올들어 잇달아 발생한 변수들은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 근로자가 외부인 접견도 하지 못한 채 100일째 억류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 체류자의 신변안전 보장에 대한 보다 확고한 담보장치 없이 관광을 재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북의 자금줄을 옥죄는 시기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 관광 대가를 제공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정부가 관광을 재개하려 해도 `모든 회원국은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도주의 및 개발 목적이거나 비핵화를 증진시키는 용도를 제외하고는 북한에 새로운 공여나 금융지원,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1874호) 문안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간 관광객 피살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돌려온 북한이 돌연 진상규명.사과.재발방지책 마련 등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려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사건 발생 후 유감을 표명했지만 우리의 사과.재발방지 등 요구에 대해서는 `남측 민간인이 군사지역에 들어와서 생긴 일'이라며 수용을 거부해왔다.

이런 까닭에 금강산 관광의 조기 재개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7일 "북미관계와 북핵문제가 긍정적으로 풀리는 등 상황 변화가 없는 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만 놓고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남북이 억류 근로자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 문제 등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지만 현재 상황상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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