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 계동 현대문화센터.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200여명의 임직원들 앞에서 조회사를 읽어내려가다 목이 멘 듯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지 1년이 다됐는데도 관광 재개가 불투명한 가운데 직원 월급을 깎고 뼈아픈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면서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든 데 대한 죄스러움이 묻어났다.
조 사장은 1989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최초 방북 이후 20년의 역사를 이어온 대북사업임을 강조, "단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자"고 독려, 위기를 헤쳐나가는 혼연일체를 당부했다.
지난 5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대북 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작년 7월11일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단돼 오는 11일이면 1년이 된다.
10여년간 크고 작은 중단 사태가 있었으나 이처럼 길지는 않았다.
현대아산과 남북한의 당국이 관광 재개를 둘러싸고 1년간 줄다리기를 해오면서 현대아산은 물론, 금강산 관광 사업에 참여한 30여개의 협력업체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그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는 가운데 현대아산 직원 유씨가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사태는 더욱 꼬여만 갔다.
금강산 관광 사업 주체 가운데 물적, 정신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6월말까지 금강산과 개성 관광 중단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매출 손실을 1천536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면세점 등에 투자한 한국관광공사와, 호텔을 지은 일연인베스트먼트 등 협력업체도 이 기간 549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고, 일부 영세 업체들은 휴업을 하는 등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은 올해 1분기 257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전체 적자 규모인 21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2006년 145억원, 2007년 168억원의 흑자를 냈던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작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위기의식을 느낀 현대아산은 작년 3월 이후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관광 중단 전 1천84명이었던 인원을 411명으로 줄였다. 또 부서를 통폐합하는가 하면 임직원의 급여를 일정 기간 유보 또는 삭감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전개했다.
이달 초부터는 금강산사업소에 시설 관리 필수 인력만 남기고 영업 기능은 정리했다.
6월말을 '생사의 마지노선'로 봤던 현대아산이 아직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앞서 4월 실시한 200억원의 유상증자 덕분이다.
조 사장은 "유상증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대략 10개월간의 여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말대로라면 내년 2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현대아산 직원의 70%는 미지급된 급여와 상여급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받겠다고 말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체 의식을 과시했다.
조 사장도 억류된 유씨 문제를 조만간 북한이 거론할 가능성을 나름대로 점치는 등 희망의 실마리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도 현대아산의 매출 규모가 그룹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사업 성격이 지니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벼랑 끝 생존'과도 같은 현 상황에서 결코 안주할 수 없다는 것을 임직원 모두는 절감하고 있다.
남북 당국의 협상 진척 여부와는 별개로 현대아산과 협력업체들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을 어떻게 전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