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주주 등 주식 대량보유자와 전문투자자에 대한 공시 규정을 완화해 투자자 보호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발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관련 하위 공시 규정을 개정하면서 상장주식 대량보유자에 대해 기재사항을 간소화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계약의 종류 등 금융당국이 말하는 '핵심내용'만 기재하도록 했으며, 계약 상대방인 개인의 경우에도 성명을 적시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나 공동보유자, 기타 개인 등과 같은 방식으로 보고자와의 관계만 표시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보고자의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시의무의 완화가 투자자 보호보다는 대주주 등의 편의 봐주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도 상당수 재벌가 인사들이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액수 등 관련 내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금융당국이 재벌가의 '부실 공시'를 눈감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실 공시에 대한 제재 등을 통한 시정조치보다 관련 규정을 아예 완화해준 것이다.
대주주 등이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 등을 할 경우 이는 투자자들에 매우 중요한 투자 정보가 될 수 있다.
실제 '박연차 게이트'의 당사자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3월 보유 주식을 담보로 약 250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았다고 공시한 내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국가, 지자체, 연기금 등 전문투자자에 대한 공시 의무도 투자와 관련한 '전략 노출' 등을 이유로 공시 규정이 완화됐다.
개정안은 보유상황 및 변동 내용을 공시하면서 일자별 거래내역을 같이 공시하도록 했으나 이번에 일자별 거래내역은 생략하고 보고의무일 기준으로 보유상황 및 변동내용을 총괄해서 보고하도록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