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 회복 발목 잡는 '뇌관'은?

2009-06-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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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올 하반기 경제 성장을 붙잡을 '뇌관'들이 포착되고 있다.

지나친 기대감이 시장 금리를 올리며 자본 수급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다 환율, 유가 등 글로벌경제 환경도 우리 경제에 비우호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채권금리 상승조짐… 기업·가계 부실 우려= 전문가들은 지난 3~4월경부터 나타난 경기회복 조짐으로 각종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통화안정증권 364일물 금리는 23일 현재 2.96%로 5월말 2.48%에 비해 0.48%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AA-) 3년물은 4.98%에서 5.29%로 0.31%포인트, 국고채 3년물도 3.83%에서 4.12%로 0.29%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확산됨에 따라 실세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증가로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됐다. 이 같은 상황서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5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1.60%로 지난해 말 대비 0.52%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기업대출 연체율은 2.28%로 전달 대비 0.24%포인트,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57%까지 치솟았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CD 91일물 금리는 2개월 넘게 2.41%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CD발행을 재개할 전망이어서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 주택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CD금리에 연동돼 주택대출 확대는 CD발행 증가와 연결된다.

올 들어 5월까지의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3조원으로 지난해 월평균(2조원)에 비해 33.3% 가량 늘었다. 

5월 말 현재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250조8879억원으로 대출 금리가 0.30%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 7526억원 증가한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5월 말 현재 0.78%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고, 주택담보대출은 0.55%로 0.01%포인트 올랐다.
 
◆ 환율 하향 안정세…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160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점도 하반기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환율 안정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 경쟁력에는 부담이다.

하반기 환율이 11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하반기 수출 경기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금은 '안정'보다는 '위험'을 쫓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시장에 뿌려진 유동성이 경제회복 조짐에 따라 서구 선진국보다는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달러 수급이 풍부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마주옥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북한 문제, 더블딥 우려 등 여러 악재가 있지만 이들 문제는 단기적인 것으로 장기적 흐름으로 봤을 때 올 연말까지 1100원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면서 "환율 하락으로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한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 및 채산성이 떨어질 경우 경제 성장률 낙폭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국내 내수 시장이 크지 않고 수입 감소가 워낙 커 무역적자로는 돌아서지 않을 전망이다.

마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내수 규모가 워낙 작아 수입이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라면서 "수출입 모두 감소세지만 수입 감소폭이 워낙 커 적자로 전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끝나지 않은 동유럽 위기, 고유가 등 악재 여전=동유럽 신용위기가 서유럽 금융기관으로 옮겨 붙으며 시작된 유럽발 위기도 경기 회복 불씨를 위협하고 있다.

서유럽 금융기관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아시아권 투자 자금을 회수할 경우 아시아 지역의 '자금 공동화' 현상까지 부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5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동유럽 위기로 유로존 은행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2830억달러의 추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기업들의 은행 차입 비중은 20%에 불과하지만 유로지역 기업의 차입 비중은 80%에 달한다는 점도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지난 5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세계 금융 중심지인 영국의 국가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동유럽 위기로 서유럽 금융기관이 아시아 투자 금액을 회수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들의 자금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세계은행(WB) 개발경제 컨퍼런스(ABCDE)'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경제에 대해)비관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유럽발 금융불안 가능성 등 사방이 지뢰밭"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값 불안도 경기 회복의 복병이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유가는 급락하며 안정세를 이어오다 올 3월 이후부터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유가는 올 3분기 최대 90달러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해 연 평균 유가가 올 3, 4분기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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