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본지 주관으로 열린 대기업 글로벌화의 심포지엄은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시작부터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일반 기업집단들과의 형평성 차원을 고려해 하루빨리 국회에서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한나라당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면서 개원이 늦춰지고 있는 ‘6월 임시국회’를 미리 보는 느낌이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쟁점1. 비은행지주회사 산하 비금융회사 자회사
주요 쟁점중 하나는 비은행지주회사 산하에 비금융회사를 자회사 등으로 둠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와 경제력 집중 심화에 따른 폐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금융-비금융의 복합그룹형태 지주회사체제의 가장 큰 이점인 자회사간 정보공유와 업무위탁범위 확대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기타 주주의 이해와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현행법은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비은행지주회사도 은행지주회사와 동일한 체계로 규제하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비금융을 동시에 경영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추경호 금융정책국장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지주회사를 상정한 엄격한 규제체계로 구성돼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금융지주회사 역시 동일한 체계로 규제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비금융회사 지배 허용 등에 있어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해외사례를 들어 설득에 나섰다.
▲쟁점2. 지주회사-자회사간 부실전이 가능성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은 산하 자회사인 비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부실이 비은행지주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비은행지주회사 산하의 금융회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리스크 전이의 가능성은 모든 기업결합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이며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간 리스크 전이가 더 심하다는 증거도 없다"며 "오히려 금융회사간 부실자산 이전을 통한 리스크 전이가 더욱 용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추 국장도 "지주회사는 출자금만큼만 인식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미줄 같은 출자구조가 부실을 더 크게 야기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오히려 자회사 부실로만 단절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가세했다.
▲쟁점3. 자회사간 개인신용정보 공유 활용 우려
앞서 대표발제에서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비금융회사가 자회사가 되면 비금융회사도 개인의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추 국장은 "정부로서도 신용정보 공유 부분이 굉장히 우려되는데 정보 공개 범위에 관해서는 법에 근거를 두고 범위는 시행령에 마련했다"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금융-비금융회사간 정보공유는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조 의원도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논의과정에서 법률로 정하는게 좋다고 해서 연기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해 현재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날 포럼에서도 어김없이 금융규제의 빗장을 푸는 조치가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 집단은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면서 일반 지주회사만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쟁점1.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문제
공정거래위원회 김학현 경쟁정책국장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일반지주회사만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일반기업집단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도 설립 및 운영시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 금융관련법의 규제를 여전히 받으므로 사금고화 우려가 증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비금융 복합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시 지주회사 내 금융-비금융을 분리해야 하므로 직접적 이해상충이나 사금고화 우려가 오히려 축소된다는 의미다.
조 의원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문제는 삼성 등 특수 기업집단들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며 "개정안은 금융자회사는 금융손자회사만, 비금융자회사는 비금융손자회사만 보유가 가능토록 하고 있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등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출자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쟁점2. 부채비율 제한(200%) 폐지
개정안의 또 다른 이슈중 하나는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200%)를 폐지하는 것이다. 지주회사의 과도한 차입 활로를 열어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여건 성숙에 따라 시장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국장은 "부채비율 제한은 운용과정에서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규제 필요성이 약화된 반면 규제로 인한 기업불편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는 금융기관 등 시장의 통제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 완화 문제
이날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은산분리)에 관한 논쟁이었다. 정부, 여당 등 찬성론자들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재산권이 보장돼야 하며 국제 경쟁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적극 강조했다.
특히 찬성론자들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재산권 보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한 반면, 야당 및 시민단체 등 반대론자들은 오너 등 특정 이해관계자만을 위하고 감독당국의 허약한 사후감시체제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하며 맞섰다.
김 원장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국내시장만을 고려한 경제력 집중 방지책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금산분리와 같은 사전규제는 철폐하는 대신, 경쟁 억제적 행위는 사후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국장은 "은행의 산업자본 소유를 4%에서 10%로 조금 더 허용하자는 것"이라며 "산업자본이 은행을 무작위로 지배하는 이른바 사금고화의 폐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의원은 "금융과 산업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채무자의 관계인데, 채무자(산업)가 채권자(금융)을 지배하게 되면 재벌의 사금고화와 같은 여러 폐해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금융-비금융 복합 지주회사의 시너지 효과라는 게 모두 총수의 의사결절을 강화하는 것이라서 일반 주주의 이해와는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권영준 이사장 역시 "은행자본은 위험 회피의 성격을, 산업자본은 위험 감수의 특성을 갖고 있어 자본의 성질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은행을 경영하는 산업자본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준 이사장은 이어 "미국 감독당국이 엔론을 파산시켰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사후감독 기능이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고동원 교수 역시 "정부 당국이 복합 지주회사가 잘못됐을 경우 망하게 나둘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사후감시의 허약성을 꼬집었다.
서영백ㆍ송정훈ㆍ김종원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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