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전하는 기업 회생전문가의 충고-WSJ

2009-07-0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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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였던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GM의 파산을 종용한 미국 정부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GM이 경쟁력있는 새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같은 처지에 놓였던 크라이슬러는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이끄는 새 법인에 주요 자산을 매각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는 물론 GM이 수익성있는 회사로 재탄생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GM은 내부적으로 비효율적인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변화를 무시한 채 한 때 누렸던 영광에 도취돼 보낸 시간만큼이나 타성을 물리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예상된다.

쇄신해야 할 것은 방만한 경영 구조뿐 아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혼란을 틈타 시장 확대를 꿈꾸는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경쟁력있는 신차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뉴 GM'의 최대 주주가 되는 미 정부와 노조 등 외부와의 정책 조율 역시 까다로운 작업이 될 전망이다.

이렇듯 GM의 몰락이 기업들에게 던지는 숙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부실 기업 혹은 부실 조짐을 보이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회생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업회생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린 틸톤 페이트리아크파트너스(Patriarch Partners) 최고경영자(CEO)가 전하는 부실기업 회생 방안 몇 가지를 소개했다.

틸톤이 운영하는 페이트리아크는 파산하거나 부실화한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상황이 호전된 후 고가로 되팔아 차익을 내는 '벌처펀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20년간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해 20~6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틸톤이 어려운 시기에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벌처펀드처럼 경기가 살아나길 넋 놓고 기다리지 않은 데 있다. 그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되팔기보다는 피인수 기업의 회생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그는 부실 기업들 사이에 '천사'로 통한다.

천사라고 해서 틸톤을 호락호락한 인물로 넘겨짚으면 안된다. 그가 전하는 기업 회생 비결 첫번째가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실패의 원인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해당 기업에 필요한 변화가 뭔지를 찾을 수 있다. 하루 아침에 믿고 따르던 경영진을 잃고 변화의 풍랑을 맞은 조직 구성원들 사이에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쌓는 일도 필수적이다.

틸톤은 "GM과 같은 부실 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 조직 전체에 혁신의 바람이 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틸톤이 인수한 헬리콥터 제조업체 MD헬리콥터가 대표적인 회생 사례다. 수많은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항공기의 특성상 부품 보급이 끊어지는 것은 제조사에게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인수 당시 MD는 부품 납품에 차질을 빚어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그 결과 265대의 헬리콥터가 미완성인 채로 방치됐고 회사는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틸톤은 "문제는 MD가 헬리콥터 제조에 필요한 수백개의 부품 공급을 아웃소싱업체에 맡겼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웃소싱업체의 부실한 재무관리로 부품업체에 제 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납품업체는 물론 고객과 직원들 사이의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말했다.

문제를 간파한 틸톤은 MD를 인수하자 마자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해 온 경영진을 3차례에 걸쳐 대거 교체했다. 그는 "당시 MD를 이끌던 경영진은 운영 손실이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 커녕 자금이 부족했다며 핑계를 댔다"고 말했다.

하지만 틸톤이 새로 꾸린 경영진은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는 데 주력했다. 자금 부족이 문제라면 일단 덧없이 새나가는 돈이라도 긁어 모으자는 판단에서다.

틸톤은 또 아웃소싱업체에 의해 방치돼 있던 부품 공급망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이를 위해 그는 '수직적 통합방식'을 도입했다. 납품업체들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부품을 공급받던 것에서 개별 부품의 생산라인을 아예 통째로 사들여 부품 공급 흐름을 합리화한 것이다.

부품 공급이 원활해지자 생산 라인이 재가동됐고 MD는 차차 잃었던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게 됐다. 그 결과 MD의 매출은 2005년 1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달러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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