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의 수레바퀴] 원칙 너머의 것을 보는 눈

2009-06-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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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시끄럽다. 전직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노사 불협화음에 정치권의 혼란에.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는 누구나 다 아리라.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지켜봐야 할 것도 많은 세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코를 베이기 일쑤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현 정권의 레임덕은 오래전 시작됐다고 여겨왔다. 대운하에 모든 것을 걸었던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다. 자신의 백성들과 다른 말과 생각을 하면서 아예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요대(堯代)는 요(堯) 임금이 다스리던 시대다. 다른 말로는 태평성대(太平聖代)라 한다. 백성들이 나랏님의 존재를 잊을 만큼 평온한 세상이요, 제 할 일만 하면 하면 되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랏님의 ‘도섭(환영)’들이 여기저기 너무 많이 계서서 혼이 쏙 빠질 정도다. 흡사 천강유수 천강월(千江有水 千江月), 자신을 달(부처)로 여기는 게 아닌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나라 삼환(三桓) 중 하나인 맹손씨(孟孫氏)가 증자(曾子)의 제자인 양부(陽膚)에게 치안을 담당하는 판관직을 내렸다. 양부는 출세의 기쁨을 안고 스승인 증자에게 치안을 물었다. 증자의 답은 간단했지만 강렬했다.

“치안을 담당한 관리들이 도(道)를 잃어버려, 민심이 이반된 지 이미 오래다(上失其道, 民散久矣!). 범죄의 정황을 취조해 실정을 파악했으면, 맨 먼저 그들을 긍휼히 여겨야 한다. 사실을 알아냈다고 기뻐할 것이 아니다(如得其情, 則哀矜而勿喜!).”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권력을 쥔 사람들의 생각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의미다.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그렇게 된 까닭을 먼저 헤아리라는 가르침이다.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로 촉발된 쌍용차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는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고, 노조는 결사대를 꾸려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한다. 언론과 여론은 제2의 용산참사가 벌어질까 걱정이 자심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5일 노사정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입장차만 확인했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일방통행 한다면 파국을 면키 어렵다. 증자의 외침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대한민국 상위 몇 퍼센트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생각에 동의할 뜻은 없다. 하지만 기업이 흥해야 나라도 흥하는 것은 분명하다. 역으로 기업이 흥하려면 직원들도 흥해야 한다. 당연한 이치다. 물욕을 벗어나 아래에서 위까지 맑은 기운이 퍼지는 세상은 꿈일까?

공자는 정치가 문제라고 했다. 노나라 대사구(大司寇, 형조판서), 즉 대법관 수장급의 높은 위치에 올랐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송사를 해결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송사를 할 일이 없게 정치를 하는 것이다(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라고. 대한민국 위정자들과 한 자리 차지한 이들이 반드시 곱씹어볼 말이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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