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노동계가 본격적인 하투(夏鬪)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도 고용보장을 놓고 노사가 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및 처우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일부 은행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 등에 나설 방침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규모를 둘러싸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당초 외환은행은 이달 중 1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었으나 노조가 사측의 일방적인 공문 발송에 강력하게 반발해 다시 협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근무기간 2년이 넘은 3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이미 비정규직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2007년 7월 시행된 비정규직 법안에 따라 이달 근무기간 2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약해지 통보 메일을 발송 중이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 노사 간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갈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들이 속절없이 은행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농협은 최근 노조가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차별시정 신청을 받은 데 대해 신청서를 제출한 직원들을 상대로 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농협 각 지역본부는 물론 영업점에서도 재계약을 미끼로 신청 철회를 강요하고 있다.
농협 비정규직 직원인 K씨는 "차별시정을 신청한 후 총무계 차장이 취하서를 들고다니며 직원들에게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측의 강압적인 처사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미 취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비정규직 직원인 O씨는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직군상 해서는 안되는 업무까지 상부 지시로 수행하고 있는데 부당하게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며 "이는 비정규직 법안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다른 시중은행 노조는 외환은행이나 농협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이 들면 즉각 사측을 상대로 투쟁에 나설 태세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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