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무어 맥쿼리그룹 회장 |
니콜라스 무어 맥쿼리그룹 회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기 시작한 지난해 5월 15년간 맥쿼리그룹을 이끌어 온 앨런 모스 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당시 세계적인 신용 위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하지만 맥쿼리그룹은 금융 업계가 위기를 맞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무어 회장의 뛰어난 경영 수완으로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맥쿼리그룹의 지난 1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2% 줄어든 8억7100만 호주달러(약 6억8500만 달러)로 17년만에 처음 감소를 기록했음에도 순이익을 냈다. 또한 자산도 5억4000만 호주달러 만큼 증가했다.
주요 국제 회계법인에 합류하며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무어 회장은 23년간 맥쿼리그룹과 함께 일해왔다. 그는 그간 맥쿼리그룹이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사업의 다양화와 건전한 대차 대조표를 꼽았다.
맥쿼리그룹은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 성과를 거둔 이른바 '맥쿼리 모델'로 이름을 날렸지만 무어 회장은 무엇보다 사업의 다양화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계 주요 은행들이 추가 자본 확충을 필요로 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더욱 강력히 맞서 싸우기 위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주 시드니 맥쿼리그룹 본사에서 최근 무어 회장과 인터뷰를 갖고 그의 경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어 회장은 "회계법인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일터에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그는 신속한 일처리도 중요하지만 작업장에서 보다 더욱 강조되는 것은 철저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결산 보고서나 통지서 등을 작성 시에는 100% 정확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그는 맥쿼리그룹이 중기 투자기업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종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경영진들에겐 회사의 운영목표에 대해 명백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팀의 리더라면 팀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이고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어 회장은 "팀원들은 리더가 올바른 기업 문화를 세우는지 항상 감시하고 있다"면서 "리더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팀 소유권을 확실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올바른 기업 문화가 수립된 팀에서는 팀원 중 한명만이 아이디어를 내놓더라도 여러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파생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점에서 맥쿼리그룹은 평등을 매우 강조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무어 회장은 "직위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들과 함께 토의한다"며 "직원 평가기준은 오직 아이디어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또 좋은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직원 개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 관련, 무어 회장은 "금융 위기는 정말로 거의 모든 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말했다. 또 "항공 산업이든 자동차 제조업이든 상관없이 수요 급락 등의 요인으로 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하고 있다"면서 "미래에 대한 예측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한편 맥쿼리그룹의 사업 중 특화된 펀드와 인프라 사업은 여론에 매우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전체 그룹에 대한 실제 기여도 면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무어 회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매우 다양화된 맥쿼리그룹에서 펀드 사업은 여론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수익률 면에서는 전체 수익의 20% 미만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맥쿼리그룹은 또한 인프라 투자 사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참신한 글로벌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물이나 전기를 사용하듯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산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어 회장은 특히 "맥쿼리그룹이 매우 지역적으로 집중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는 글로벌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쿼리그룹은 정돈이 잘된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가속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적인 측면에서 평가해 볼 때 호주에서 작은 시장으로 출발해 매우 경쟁적인 시장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신규 채용과 관련해 맥쿼리그룹이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직원들의 자신감이다. 사람들은 항상 과도한 자신감으로 잘못을 범하게 마련이지만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자신감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무어 회장은 주장했다.
무어 회장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에 착수한다면 모든 일에 있어서 성공할 것"이라 진단했다. 기회를 얻었거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신감을 갖고 거리낌없이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훌륭한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만 적절한 시기를 노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맥쿼리그룹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해내리라 상상도 못한 일을 우리 팀이 얼마나 훌륭하게 해냈는지 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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