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 1분기 16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6648억원의 분기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에서 1분기 만에 흑자전환 했다.
이는 주력계열사인 우리은행이 1분기에 현대건설, 현대상사의 지분을 팔아 1600억원 규모의 매각이익을 올린 데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4분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우리금융이 2분기 연속 적자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예보와 우리금융이 맺은 MOU 수준이 낮기 때문에 가능했던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또 나랏돈이 들어간 우리금융이 '주의조치'를 피하기 위해 자의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국책은행 부행장은 "경영진이 2분기 연속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예보와 맺은 MOU가 단편적인 평가 잣대만 들이밀고 있어 이를 우리금융이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행장은 또 "만약 2분기 연속 적자를 피하기 위해 일반 기업이나 은행이 주식을 팔아 실적을 맞췄다면 주주총회에서 질타를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보는 우리금융이 앞으로 계속 주식을 팔아도 이 같은 경영행태를 제지할 수 없다.
이종휘 우리은행장도 2분기 실적전망에 대해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2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예보는 은행 경영이나 손익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알아서 해야 할 부분이라 예보가 직접 나서서 왈가왈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예보는 우리은행에 △자본적정성(BIS 비율 10.0%) △자산건전성(순고정이하여신비율 1.5%) △수익성(ROA 0.1%) △1인당 조정영업이익 3억1000만원 △판매관리비용율 47.7%을 제시하고 있다. 이 수치만 넘으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예보가 우리금융에 단편적인 MOU를 제시한 것은 결국 예보 관계자들이 낙하산을 타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보고 있다.
한 민간금융기관 연구원은 "우리금융을 국유화 하면서 경영정상화 및 선도적 금융기관으로 만들고자 했다면 보다 강력하고 장기적인 MOU를 맺어야 했다"면서 "예보가 이 같이 못한 이유는 예보 임원들이 퇴직 후 내려갈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신학용 정무위원회 민주당 의원은 "예금보험공사의 재취업자 대부분도 우리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등 공적자금 투입 기관에 고위직으로 가는 등 이들 공기업은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보장하는 신의 직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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