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는 한 때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렸지만 지금은 '디트로이트3'로 전락했다. 수요 부진 속에 불거진 금융위기로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고 GM도 파산 직전에서 휘청이고 있다. 포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경기침체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다.
살아남는 게 지상 최대 과제인 이들의 생존 능력은 얼마나 될까.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최근 디트로이트3의 생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노사관계 고객대출 딜러 부채 정부지분 신차 시장전망 등 부문별로 점수를 매겼다.
'디트로이트3' 판매량 추이(출처:포춘=오토데이터) |
현 상황에 대한 종합 평가에서는 포드(C)가 가장 후한 점수를 얻었다. 포드는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다. 포춘은 포드가 시의적절하게 대출을 받은 덕분에 당장 현금이 고갈될 위험이 없다고 평가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각각 D와 D-를 받았다. 문제는 재고다. 지난달 말 기준 GM의 재고는 111일 판매량에 해당하는 73만6000대에 달한다. 크라이슬러도 팔리지 않은 2008~2009년 모델이 33만7000대나 쌓여있다.
CEO 평가에서는 포드의 앨런 멀랠리가 B, GM의 프리츠 헨더슨이 C를 받았다. 포춘은 멀랠리는 안정적이고 긴밀한 조직체계를 만들었고 헨더슨은 전임자인 릭 웨고너와의 교체 과정에서 잡음 없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 공로를 인정했다. 반면 파산보호 뒤 새로 출범하게 될 크라이슬러그룹의 CEO를 맡게 되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CEO는 인적ㆍ물적 자원이 제한됐다는 이유로 점수가 D에 그쳤다.
노조와의 관계에서도 포드(A)가 최고 우등생으로 꼽혔다. 포드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오는 2010년까지 회사의 기여분을 도요타 수준으로 높이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4건의 신규 협약을 체결했다. 크라이슬러도 UAW가 구조조정안에 동의하고 2015년까지 무파업을 선언해 B를 받았다. GM에 대한 평가는 보류됐다.
고객 대출 부문 역시 포드(B)가 우수 평가를 받았다. 금융 자회사인 포드크레딧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의 금융 자회사인 크라이슬러파이낸셜은 규모가 크게 줄었고 GM의 GMAC은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어 D로 평가됐다.
딜러 부문도 마찬가지다. 포드(D)는 오는 2013년까지 딜러당 판매량을 도요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할 130개 시장을 꼽고 계획적으로 딜러망을 줄이고 있다. 반면 GM(D)은 2010년까지 전체 특약 매장의 40%에 가까운 2600개 매장, 크라이슬러(D)는 총 3189개 특약 매장 가운데 789곳과의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부채 부문에서는 포드만 C를 받았고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중인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평가가 보류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58억 달러에 달했던 포드는 지난달 101억 달러에 이어 최근에도 3억4500만주를 새로 발행해 16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밖에 정부 지분 부문에서는 정부 지분이 없는 포드가 최고점(A)을 받았다. 이어 크라이슬러가 B, GM이 C로 평가됐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에서 벗어나면 미 재무부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GM의 정부 지분은 55%에 달하게 된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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