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전국적으로 떠난 그를 애도하는 눈물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생을 마감한지 4일째인 26일 이 나라의 수도 서울의 덕수궁 앞에 세워진 분향소는 노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민들의 걸음걸음으로 빼꼭히 들어찼다.
덕수궁 돌담길 곳곳에는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글과 새하얀 국화, 그리고 촛불의 흔적만이 남아 있있다. 타들어간 담뱃재는 한 서린 한 영혼의 넋을 위로했고 남겨진 자의 고통을 보듬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옆으로 감싸 안은 듯한 직장인. 일반 시민들의 행렬은 하나의 물결로 더운 낮의 열기를 식혔다. 조문을 마친 여성 대다수는 흐느끼며 고개를 떨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조문을 기다리는 땀과 한없이 흐르는 눈물이 뒤섞여 덕수궁 앞 돌담길은 불멸의 바다로 변해갔다.
"서민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어요" "참 정 많은 우리의 대통령이었는데 너무 가슴이 아파요."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이같이 인간적 연민의 정에서부터 시작해 정치검찰에 대한 분노로까지 거센 함성을 이어갔다. 길바닥에 찢겨지고 버려진 임채진 검찰총장 등 검찰수뇌부의 사진은 그들에 대한 시민들의 적의를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시민은 위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기 직후인 지난 23일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시민들이 세운 임시분향소의 천막을 거둬내며 ‘폴리스라인’을 구축하면서 시민들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날 이후 자율적으로 질서를 만들어나갔다. 더 이상 이곳은 경찰의 공권력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해방구였다. "이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서명은 저쪽에서도 가능합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시민들의 질서를 이끌었고, 쉴새 없이 움직인 두 팔은 여린 눈물로 앞이 막힌 시민들의 발걸음에 물꼬를 텄다.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 희망처럼 핀 잎사귀들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노래했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강산은 푸르러."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