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중소기업이 정규직을 한 명 늘릴 때마다 연간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12일까지 고용 지원을 신청한 중소기업들이 밝힌 채용 예상 규모는 4300명을 넘어섰다.
신한은행이 이번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위해 조성한 재원은 총 350억원. 이 금액만으로도 수 천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재원 마련을 위해 신한은행 임직원이 임금의 6% 가량을 자진 반납했다는 것이다. 야근 수당 반납, 연차휴가 의무 사용 등을 통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금융권의 일자리 나누기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요에 못 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채용한 인턴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임금 삭감을 통해 은행 정규직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일부 금융기관과 노조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잡 킬(Job kill)'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금융권의 일자리 나누기는 정부의 강압이나 무조건적인 임금 삭감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분담하겠다는 작은 결심만 있으면 된다.
신한은행이 350억원으로 고용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일자리 수는 3000개 남짓. 국내 18개 은행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각종 수당을 모아 비슷한 수준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산술적으로 5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금을 일부 삭감해봤자, 그래서 은행 정규직 채용을 10% 더 늘려봤자 고작 1000여 명을 더 뽑을 수 있을 뿐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은행권의 천편일률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을 꼬집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권 전체가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