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구조조정 압박 수위 높인다

2009-05-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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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앞두고 기업 구조조정을 등한시하는 주채권은행 및 대기업 집단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들은 은행 및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발언을 통해 해당 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일부 주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 구조조정과 관련, 강제적인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신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은행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이다.

앞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과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너무 일찍 긴장을 놓아서 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했다"며 "일부 대기업은 모두 지키려다 오히려 다 잃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채권금융기관은 부실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소홀히 해 추후 부실을 키우는 경우에는 명확한 책임을 지우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환율, 증시 등 일부 경제 제반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채권은행 및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들은 아직 경영 여건이 나쁘지 않다면서 이 고비만 넘기면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정부는 아직 경기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판단, 다음달부터 시작될 기업구조조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은행과 제2금융권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는 3월말 현재 31조원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된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50.5%(10조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 기관 중 은행의 부실채권은 19조3000억원으로 85.6% 급증했고 제2금융권 부실채권도 11조7000억원으로 14.7% 늘었다.

기업들도 실질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자금 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부실화한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 사정을 정상화하고 계열사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설치되는 2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기금으로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또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선박펀드에 1조원을 출자키로 했다.

산업은행도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대기업 부실계열사를 인수하는 '산은식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델 케이스'를 계획 중이다.

국책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도 시장매각 또는 대손상각 방식을 통해 부실채권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농협 등이 자산담보부채권(ABS) 발행을 통해 1조1300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할 계획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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