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메모리반도체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신중론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1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점유율 34.3%, 21.6%를 차지하며 1, 2위 자리를 굳혔다. 이로써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0.8%에서 55.9%로 5% 이상 상승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을 보면 국내 기업과 해외 경쟁사들의 격차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D램 시장 3, 4위인 마이크론과 엘피다는 1분기에 각각 71%, 106%에 달하는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영업손실률이 13%에 그쳤으며 하이닉스도 39%로 비교적 선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호성적에 대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해외 업체들에 비해 기술력이 1~2년 이상 앞서 비용절감이 용이하다”며 “여기에 환율효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D램 시장 규모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1% 축소되는 등 수요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턴어라운드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국내 기업들이 당장의 실적개선을 위해 섣불리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치킨게임을 통해 경쟁업체를 고사시킬 필요가 있다”며 “향후 D램 시장이 안정될 경우 버티기에 성공한 해외 기업들과 그 과실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양한 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 역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중요한 요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2인자에 머무르고 있다.
반도체 산업 1위인 인텔은 1분기에 6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영업이익과 45.6%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인텔이 부가가치가 높고 기술집약적인 비메모리 분야의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내 업체들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매몰돼 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D램에 대한 매출 비중이 75%에 달한다.
삼성전자 역시 5대선진화 시스템LSI 제품들이 속속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여전히 70% 가까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분야를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에서의 경쟁력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LSI 제품에 대한 업계의 R&D 투자와 국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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