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시중은행들이 서민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사금융 피해를 줄이고 서민 가계를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민대출이 여타 대출에 비해 금리가 높아 서민들의 소외감만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고소득 전문직자에 비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서민들에게 높은 대출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3일 출시한 'KB행복드림론'은 연 14.0∼16.0%의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대상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연 소득 1800만원을 밑도는 저신용자다.
우리은행이 판매 중인 '우리 이웃사랑 대출'도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2000만원 한도로 연 8.07∼15.07%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고소득 전문직이나 공무원 등에게 제공하는 대출금리는 저소득층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의 공무원 신용대출의 금리는 연 4.71∼5.1% 수준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4.93∼5.35%)보다도 낮다. 마찬가지로 우리은행도 공무원들에게 연 4.55∼4.75%의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그나마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 실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은행의 저신용자 대출인 '희망홀씨대출'의 3월부터 이달 16일까지의 취급실적(8개 기관)은 총 8799명, 450억원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당초 목표한 연 3만638명, 1796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서민대출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
정부는 지난 28일 국민들의 대부업체 피해를 줄이고 생활자금 지원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계층에 1인당 500만~2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무담보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통해 제공된다. 금리는 연 7.0~10.0%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서민 금융 지원책이 대출 규모가 적을 뿐 아니라 금리 수준도 높다.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은 준정부보증이기 때문에 담보와 맞먹는 효력이 있다. 때문에 보증을 받은 사람이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 보다 대출 금리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한 지역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다 보증재단의 보증을 받은 사람의 대출의 금리가 쌀 수 밖에 없다"면서 "보증 대출이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가 비싼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 금융기관들이 저신용자들이 캐피탈이나 카드현금서비스 등 밖에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 가산금리(스프레드)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IBK근로자 생활안전자금대출'은 근로복지공단의 보증을 통해 실직 가정에 연 3.4%, 실업자와 비정규직에 연 2.4%의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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