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주(酒)를 국내에 판매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서모씨(30)는 경제회복을 체감하고 있다.그는 “지난 6개월 간 송금하고 통관한 비용을 생각하면 대략 수억원이 깨졌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지고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가 1300선 회복, 원.달러 환율 1300원대 하락. 그동안 동유럽 위기, 3월 위기설 등으로 불안했던 금융시장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이 같은 국내 금융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올해 중반에 실제 경기가 저점에 도달해 우리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소비자태도지수는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저점을 형성한 후 2분기 연속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은행의 기업실사지수(BSI)는 각각 지난해 12월, 지난 2월에 저점에 도달한 뒤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이 크게 체감하고 있다.
모 면세점에 근무하는 최모씨(27)도 이 같은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판매율이 지난해보다 높지는 않지만 환율 하락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아주지역본부 배달아원 회계팀장은 “1~2월보다 1.5배정도 실적이 높아졌다”며 “환율이 아직 높기는 하지만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물지표의 반등이 먼저 뒷받침돼야 경기주체의 투자 및 소비심리도 추세회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광공업 생산폭 감소, 소비재판매 부진, 고용상황 악화 등 다수의 실물경제지표 수준은 침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2월 광공업 생산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18.4%로 2008년 4분기 11.3%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또 지난1~2월 중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아직 1998년 67.8% 수준인 64.1%에 불과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잠재성장률과 경기순환변동치의 차이는 계속 확대되고 있어 지금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형편이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해 낫다고 하더라도 올해 내내 상당 수준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 상황에서는 경기 저점이 언제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현 경제위기의 핵심인 글로벌 금융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고 세계경제의 핵심축인 미국 경제회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조기회복될지 점검하기 위해서는 경기 저점이 언제인지, 저점 이후 경기회복의 형태가 어떨지를 분석해야 한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고 세계 경제가 상승세로 전환돼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3월 중순 이후 동유럽에 대한 서유럽의 공조 지원 기대와 미국의 민관합동펀드를 통한 최대 1조 달러 부실자산매입계획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 긍정적 신호로 보이지만 미 주택가격 하락과 고용사정 악화로 경기침체와 금융권의 손실 확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금융위기 재발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경제의 조기회복은 때 이른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업은행의 부동산대출 연체율은 1분기 0.68%에서 4분기 1.89%로 늘었고 소비자신용 연체율도 1분기 3%에서 4분기 4.02%로 늘어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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