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기존 에쿠스의 잔영을 없애라”

2009-04-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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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신형 에쿠스 발표회장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조석래 전경련회장, 한승수 국무총리,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정장선 민주당 의원/현대차=제공

-신형 에쿠스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개발기간 3년, 5000억원 투입

“과거의 각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선과 면을 만들어라”

2005년 12월. 신형 에쿠스(프로젝트명 VI) 개발을 맡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에 비상이 걸렸다. 경영층이 한 달 전인 11월 승인모델에 대해 기존 에쿠스의 잔영이 남아 있다며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연구원들은 11개월 동안 4번의 품평을 벌여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잠시. 1년여가 지난 2007년 4월, 경쟁모델로 삼고 있는 렉서스·벤츠·BMW를 능가할 수 있는 신기술을 투입해 달라는 긴급 타전이 본사로부터 날아온 것이다.

프로젝트2팀 김광수 수석연구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개발일정상 참 난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기 보다 VI사양의 경쟁력을 냉철히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관련 부문간의 격렬한 협의 끝에 26개 사양 추가가 결정됐다. 차선이탈경보장치, VIP석 마사지 기능/레그서포트, 리어도어전동커튼 등이 그때 추가됐다”고 말했다.

차량평가팀 역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완벽한 에쿠스를 만들기 위해 약 300여대의 시험차량이 사용됐다. 시험차들은 100만㎞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엔진이 터질듯한 속도로 고속주회로를 수십 바퀴 돌았다. 영하 수십도까지 내려가는 강설시험장에서 겨울을 나기도 했다. 혹독한 환경에서 차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온 다습한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안개가 자욱이 낀 새벽에 길이 구불구불한 화천댐 주위를 달리기도 했다.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고급차 연구회’까지 만들어 경쟁사의 고급차를 차례로 시승해 가며 장단점을 분석하기도 했다.

올해 10대 최고 엔진에 뽑힌 V형 8기통 후륜구동 ‘타우엔진’ 개발도 쉽지 않았다. 모두 125명의 연구원들이 5년여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2003년 5월 선행연구와 설계를 시작해 이듬해인 2004년 7월 첫 시제품이 나왔다. 이후 48개월의 기나긴 시험개발과 검증을 거쳐 완성됐다. 그새 약 450대의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파워트레인센터장인 박성현 부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선진 메이커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를 능가하는 엔진 성능이 필수였다. 밤을 세워가며 연구에 열중한 연구원들의 노력 덕분에 동급 최고 수준의 성능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실내 천정과 햇빛가리개 등에 쓰이는 최고급 감성소재 인 극세사 스웨이드(인공가죽) 국산화에도 천신만고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협력사가 생산라인을 정지시키고 개선 작업에 동참할 정도로 사실상 올인 전략을 편 것이다.

지난 3월 현대차가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신형 에쿠스는 이처럼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 동력전달체계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개발자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3년의 개발기간동안 무려 5000억원이 투입될 정도로 들인 공이 만만치 않아서 인지 에쿠스는 현재 4000여대가 밀려있다. ‘애마’로 삼으려면 최장 한 달 반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현대차는 ‘에쿠스 개발스토리’를 1500부 가량 책으로 펴내 사내에 돌리고 개발자들의 사기 진작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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