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8시경 서울 용산 원효로 G공인중개사사무소. 예전 같으면 이미 문을 닫을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저녁식사까지 거른체 전화문의에 응대하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3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상담을 받고 있었다.
G공인 박 대표(40)는 "한남뉴타운 개발계획 발표 이후 문의전화나 방문고객이 급격히 늘었다"며 "꼭 호재발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에 서서히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실수요는 물론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수요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까지 활발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투자시점을 찾고 있는 대기 수요자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라는 것이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을 찾아오는 방문 손님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지만 4월 들어서는 하루 5팀 정도가 찾아오고 있다"며 "각종 호재와 매수문의가 늘면서 용산 신계 e-편한세상 109㎡(34평형)의 경우 웃돈이 8000만원가까이 오를 정도로 호가도 많이 상승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30평형대 입주가 가능한 지분가격이 1주일새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지방 미분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주도에서는 선착순 분양을 받기 위해 밤샘 줄서기를 하는 모습이 오랫만에 재연됐고 계약률도 첫날 80% 넘게 성사됐다. 물론 지역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표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3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72.3으로 한달만에 22.3포인트나 올랐다.
CBSI가 70선을 웃돈 것은 지난 2007년 12월이래 무려 13개월만이다. 금융위기 한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에는 14.6으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었다.
시세 변화도 눈에 띈다.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아파트 시세는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2006년말과 2007년초 수준의 90% 가까이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4월들어 서울지역 재건축 매매가는 3.3㎡당 평균 3013만원. 이는 지난해 10월 2973만원으로 떨어진 이후 5개월만이다. 강남구의 경우 3026만원까지 떨어졌다가 3890만원선까지 다시 오른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꿈도 꾸지 못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재개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올 하반기 분양예정인 광교신도시 래미안 아파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2200억원을 PF대출로 계약했다. 또 SK건설도 인천 청라지구에서 공급하는 '청라 SK뷰' 아파트 개발사업에 쓸 재원으로 1700억원의 PF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경기지표나 분위기를 봐도 부동산 시장이 서서히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되찾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핵심은 실물 경기 회복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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