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이달 들어 연초대비 10% 넘게 급등했지만 유동성 유입에 힘입어 4월 들어서도 상승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금융권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으면서 금융위기를 진정 국면으로 돌린 데다 국내에선 환율 안정 속에 안전자산에만 머물던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객예탁금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10조3015억원에서 12조4598억원으로 무려 2조1583억원 늘었다. 코스피가 1170선에서 1240선으로 70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연일 연중 최고로 뛴 23~26일 나흘 동안 들어온 돈만 7295억원에 달했다.
증권가는 이를 유동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수급개선을 바탕으로 내달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ㆍ외 경기회복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번 오름세가 약세장 반등 수준으로 끝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목표지수 1300~1350선 상향=안전자산에만 머물며 800조원 가까이 쌓였던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4월 코스피 목표지수도 1300~1350선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서명석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택경기지표 회복에 이어 미 정부가 밝힌 금융시스템 정상화 방안은 위축됐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며 증시로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며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는 전제 아래 내달 목표지수를 1350선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4월 들어 일제히 발표될 1분기 기업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도 긍정적인 증시 전망에 한몫하고 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은 경제지표 호전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면 4월은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어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코스피 목표지수를 종전 1250선에서 1300선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전했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달 초부터 주요 상장사가 내놓을 1분기 실적이 종전 추정치를 대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환시장 안정 속에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지는 점도 내달 증시에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개선이 작년 말 경기가 최악이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일 수 있다며 오히려 내달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돌발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시적으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나아졌지만 지속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내달부터 국내ㆍ외에서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예고된 가운데 이미 기저효과를 반영한 지표나 실적이 다시 나빠질 경우 증시에 적잖은 충격을 줄 수 있다 "고 전했다. 조 센터장은 "이달 증시 강세는 약세장에서 반짝 오르는 베어마켓 랠리로 판단된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Tㆍ자동차ㆍ금융주 상승 주도=4월 증시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유망주로는 수출주인 ITㆍ자동차와 금융위기로 낙폭이 컸던 금융주가 가장 많이 꼽히고 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본격적인 유동성장이 펼쳐진다면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전이 예상된다"며 "ITㆍ자동차ㆍ금융 가운데 삼성전자ㆍ현대차ㆍ우리투자증권을 유망종목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실물경기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금융 시스템이 안정을 찾으면서 각종 지표가 살아나고 있다"며 "내달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은 ITㆍ자동차ㆍ금융 업종을 일시적인 조정시에 저점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전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달러 약세로 철강ㆍ정유도 유망 업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약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철강ㆍ정유 같은 기초소재 업종이 부각되고 있다"며 "최대 시장인 중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위축됐던 매출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ㆍ외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으로 수혜를 볼 종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강도 높은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관련 종목으로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을 대장주와 신성장정책에 따른 수혜주를 중심으로 매매를 압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진영ㆍ김용훈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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