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대군'이란 별칭이 붙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행적이 검찰 수사 결과 속속 드러나면서 어디까지 그의 영향력이 뻗쳤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일 노씨가 2005년 4.30 재보궐선거 당시 김해갑 선거구에 전략 공천된 이정욱 열린우리당 후보를 돕고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5억원을 끌어다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노씨는 봉하마을 저수지 옆 창고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현금 2억원과 3억원이 든 상자를 박 회장으로부터 직접 받아 이씨에게 넘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회장이 `큰 손'으로 소문나기는 했지만 노씨의 말에 5억원을 일면식도 없는 이씨에게 줬다는 대목만 보더라도 노씨의 당시 영향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검찰은 이씨 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도 노씨를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아 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양상이다.
작년 12월 중수부의 `1라운드' 수사에서 노씨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형제와 함께 세종증권 측으로부터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29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정원토건을 운영하면서 법인세 등 3억8천만원과 아들에게 회사주식 1만주를 증여하면서 증여세 1억4천만원을 포탈하고,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려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주식 매수 및 토지 구입에 사용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노씨의 딸과 사위, 사돈은 2005년 6월부터 세종증권 주식을 사들였다가 다음해 1월까지 내다 팔아 6억31만원을 단기간에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돼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이다.
앞서 2004년 4월에는 대우건설 고 남상국 사장으로부터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고 회견 몇 시간 후 남 사장이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일까지 일어났음에도 노 씨의 부적절한 행위는 계속된 셈이다.
그는 재판 중에는 법정에 출두하면서 법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피고인 출입문이 아닌 법관들이 출입하는 전용문으로 다니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이인규 중수부장은 이날 취재기자들과 간담회에서 T.S.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인용해 "4월은 잔인한 달.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해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부장은 전·현직 검사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부 인사가 얽혀 있어 수사가 멈칫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던데, 아는 사람이 더 무섭고 독하게 수사한다. 이번 수사에서 뭐가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밖에서) 어떻게 흔들든지 간에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고 덧붙여 강도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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