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정욱 전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줄 돈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곳이 봉하마을 저수지 옆 창고로 밝혀지면서 이곳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창고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씨 집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저수지 옆에 벽돌, 스티로폼 등으로 어설프게 지어진 가건물로 이 마을에선 인근 텃밭을 가꾸기 위해 농기구를 보관하는 자재창고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진행된 검찰의 세종증권과 휴켐스 인수 비리 수사 결과 노씨는 지난 2006년 4월 정화삼씨의 동생 광용씨에게서 두차례에 걸쳐 각각 상자에 담긴 현금 2억원과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1월 세종증권을 농협이 인수하도록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던 사례금조였다.
노씨가 이 창고를 현금을 받는 장소로 택한 것은 이미 이곳에서 비밀리에 현금 상자를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용씨에게 현금을 받기 한 해 전인 2005년 4월 노씨는 바로 이 창고에 딸린 주차장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이 전 후보에게 전달할 현금 2억원이 든 라면상자를 받았고 같은 달 28일 박 회장에게서 추가로 3억원을 받은 곳도 이곳이다.
박 회장은 이 전 후보와 일면식도 없었지만 노씨의 부탁만으로 직접 이 창고를 찾아와 거금을 건넨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만 해도 한 해 사이에 이 창고를 통해 현금 8억원이 건네졌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이 창고가 인적이 드물고 야산 옆인 데다 지붕이 덮인 주차장이 붙어있어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돈을 주면 외부에서 절대 보이지 않아 노씨가 현금을 받는 장소로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나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의 아지트는 고급 호텔이나 비밀 계좌가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농촌의 허름한 창고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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