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증가ㆍ수출감소폭 둔화 근거
코스피 14거래일만에 100포인트 급등
"체감경기 회복은 시기상조" 신중론도
국내외 경제지표 개선으로 주식시장에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산업생산이 증가하고 수출감소폭도 둔화된 가운데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4분기에 비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경기 바닥론에 대해 지표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체감경기가 회복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19일 코스피는 8.14포인트(0.69%) 내린 1161.81을 기록하며 전날까지 연이틀 4% 가까이 급등한 데 따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달 1063.03으로 출발했던 지수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기선인 1150선을 상향 돌파하며 14거래일만에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경기 바닥론 이유 있다=증권가에선 국내외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1분기 기업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로 경기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와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1분기 기업실적이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확산되고 있는 경기 바닥론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증시가 반등을 시도할 때마다 발목을 잡아 왔던 원ㆍ달러 환율도 급속도로 하향 안정화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기업실적도 호전되고 있어 이달 말로 예정된 1분기 실적시즌에선 어닝쇼크가 아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번이 실패했던 1200선 안착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용원 현대증권 센터장은 "증시는 본격적인 베어마켓 랠리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스피가 경기선인 120일선(1150포인트)을 돌파함으로써 박스권 상단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 센터장은 "국내외에서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과 채권발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그동안 각국 정부가 내놨던 경기부양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지수 목표치는 1250선 내외로 점쳐지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미국 정부가 6개월에 걸쳐 3000억달러 규모로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했고 모기지담보증권과 연방기관채 매입도 기존 75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이상 늘리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위축됐던 소비심리도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3월 아시아권 증시에선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오버슈팅이 예상된다"며 "특히 코스피는 박스권 상단을 1240선까지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체감경기 회복은 시기상조=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은 일시적인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기를 점치기는 여전히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센터장은 "지표상으로는 바닥을 찍었거나 늦어도 4월에는 찍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지표상 문제일 뿐 체감경기가 언제 회복될 지는 알 수 없다"며 "경기회복은 가파른 V자형이 아닌 U자형 또는 L자형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년에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일시적인 경제지표 호전으로 증시와 환율이 안정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지표에 대한 안도감이 사라진 뒤에도 증시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정영훈 한화증권 센터장은 "증시 분위기는 분명히 호전됐지만 실물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지수가 오르고 있는 것은 실물경제 지표는 안 좋아도 국내 경제를 이끄는 일부 업종에서 미세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잡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1분기와 2분기에 경기회복을 확인한 뒤에 3분기엔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엔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따른 후유증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단기적으론 바닥권이지만 경기침체는 여전히 진행형이란 이야기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상황은 바닥권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내수와 수출경기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특히 내수 쪽은 나빠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현재 경기가 바닥 근처에 오긴 했지만 이를 바닥을 찍고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경기회복 곡선은 완만한 U자형이나 L자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진영·서혜승 기자 agni2012@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