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유럽 주요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론조사업체인 해리스폴과 함께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인 등 모두 653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상당수가 직업이 없는 이민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직 이민자가 출국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이탈리아가 7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영국(78%), 스페인(71%), 독일(67%), 프랑스(51%) 등지의 순이었다.
특히 영국 응답자 54%는 같은 유럽연합(EU) 출신이라도 국적이 다른 이가 영국에서 직업을 갖는 데 불만을 표시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앞서 영국에서는 지난 1월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이 현지에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데 이탈리아 및 포르투갈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 계약을 체결하자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바 있다.
독일에서도 EU 출신 외국인의 취업을 반대하는 응답자(49%)가 찬성(43%)보다 많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절대 다수가 EU 시민의 역내 취업에 찬성했다.
EU 시민의 노동이주 자유는 물류와 서비스, 자본이동의 자유와 함께 EU의 주축을 이루는 4가지 기본적인 경제자유에 해당된다. EU는 경기침체 전까지는 노동이주의 자유를 통한 인력 교류가 각국의 노동시장 틈새를 메울 수 있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해왔다.
응답자들은 그러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이 낫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유럽 최대 수출국인 독일에서는 49%가 자유무역을 지지해 선호도가 가장 뚜렷했다.
한편 금융위기를 반영하듯 주식을 사겠다는 응답은 10% 미만에 그쳤다. 이탈리아의 경우 61%, 스페인 57%를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응답자 다수가 주식을 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스페인 79%, 영국 64% 등은 각국 정부의 구제금융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보험회사를 구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응답이 이탈리아 88%, 미국 77% 등으로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미국과 유럽 5개국의 성인 653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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