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기수문화(期數文化)부터 바꿔보자

2009-06-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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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없으면 나라가 없고 인재가 없으면 국력은 없다. 우리는 요사이 풍요 속 구조적 춘궁기를 지나고 있다. 이정도의 어려움은 거뜬히 넘을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론분열과 배고픔을 아프게 느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칫 긴 터널로 이어져 오랜 기간 아파해야하는 중병이 될 수도 있다.


이 난국을 타개하는 길은 변화를 통한 기회의 포착에 있다고 본다. 영어로 변화(change)와 기회(chance)는 철자 하나 차이이다. 'g'를 'c'로 바꾸면 세상은 180°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수문화의 철폐를 주장한다.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선배의 말도 안되는 고민을 나름대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리사회에 기수문화의 병폐가 얼마나 만연하고, 그 피해가 경제.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을 야기하는지를.....

우리는 가끔 언론을 통하여 그 병폐적 사례를 접한다. 소위 고위공직자 인사가 그 경우에 해당되는데 주요직위에 고시 몇 회가 자리 잡았느냐가 가장 큰 인사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흔히 ‘인사는 만사다’라고 한다. 이는 적절한 인사가 조직의 활력과 효율에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력이 국력인 시대에 특히, 자원빈국인 한국이 성장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인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처럼 중요한 인사가 기수문화의 틀에 갇히어 그 합리성과 효율성을 잃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기수문화는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연, 학연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대표적 문화 중병인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조직은 유연성을 잃고, 창의성이 떨어지며 능력과 관계없는 인사로 인재가 묻히고 조직의 탄력과 효율성이 거세되는 말기 암환자와 같은 조직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한 조직으로 지금처럼 험난한 세파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면 할수록 답답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민간부문에서 임금피크제등을 통하여 경험 있는 사원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접할 때 자못 흐뭇하다. 그런데 비교적 경쟁이 적은 공공부문에서 기수문화의 틀로 인한 능력 있는 인재들이 등 떠밀려 나오는 것을 보면 손익계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시스템에 의한 손실로 혈세낭비가 된다고 생각든다.

 

사실 고위공무원의 근무 연수가 너무 짧다. 당연히 정부의 손익계산서는 늘 적자여서 재정적자에 따른 국민의 과세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고위공무원은 많은 투자에 의해서 육성된다. 개인의 노력, 부모의 노력 그리고 국가의 많은 투자에  의하여 육성된 인재인 것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부처 이기주의나 기수문화에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들의 능력을 무가치하게 사장시키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들을 민간부문을 돕는 멘토로 활용하면 국가적으로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간단한 예로 고위공무원을 내보내면 재정수지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급하는 급여는 줄지만 연금을 지급해야하고 연금적자는 다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그 차액(급여-지급연금)으로 민간기업에 멘토로 파견하여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증대시켜 법인세를 더 거두어 들이는 일석이조의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 대기업은 국민과 대통령 및 외교관들이 많은 지원을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고용창출과 산업 다변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고급 인력 투입이라는 경제활성화 촉진제를 주입하여 근 일세기만에 찾아든 세계적 경제위기를 대한민국이 세계 1등 국가로 가는 기회로 활용하는 꿈을 꿔 본다. 1등 대한민국에 대한 2002 월드컵의 붉은 열정과 같은 꿈을 대한민국 젊은이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다. 적어도 그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한다. 꿈꾸고 일할 수 있는 터전 만들기에 정부의 고민과 실천을 간절히 기대해본다.

  김남기 논설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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