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증폭되고 있어 4월 임시국회 선비준 방침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지난 9일 상원 재무위 인준청문회에서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당은 ‘독자적으로 판단해 처리하겠다’며 선비준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비준시기를 두고 상임위별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4월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나라당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이범관 의원은 11일 “비준안 처리는 국익을 생각해서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시기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빨리 비준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측에서도 한미FTA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미국 상공회의소나 여타 전문가들도 한미FTA가 성사돼야한다고 주장한다”며 한미FTA 조기 비준처리를 시사했다.
이 의원은 “재협상 얘기가 나오는데 선제적으로 우리가 대응해야하지,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한미FTA 선비준 당론과 배치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강석호 의원은 “한미FTA는 야댱에서도 그렇게 반대하고 있지 않다”며 “당에서도 조급하게 처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물론 당론에서는 4월에 조기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여야가 협상테이블에서 조율할 문제이지, 일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정해걸 의원도 “당에서는 빨리 처리하려고 하지만 농림수산위 입장은 다르다”며 “농업분야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어 급하게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론은 국익을 생각해서 조기 비준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 5월 정도면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림수산위 위원들이 내놓은 50여 가지 방안들을 정부에서 많이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올해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 없다는 정부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한미FTA협상이 아직 내외적으로 충분치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준안에 대한 강행처리를 고집하고 있다”며 “여당과 정부는 농업분야 등 피해 국민들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책부터 내놔야 할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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