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패스트 퍼니처' 뜬다

2009-03-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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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사는 김모(28.여)씨는 최근 이사한 오피스텔에 옷과 책을 넣을 공간이 부족하자 옷장과 책장을 사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10단 옷걸이.바지걸이'와 `다용도 공간박스'를 샀다.

   새 집으로 이사오면서 불필요해진 조립식 책상과 헐거워진 옷걸이 행거(봉)를 버리고 온 데다 1-2년 뒤 또 이사를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싼 가구들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류업계에서 유행에 따라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저렴한 `패스트 패션'이 인기를 끈 것처럼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가구도 저렴하고 1-2년 정도 쓰다가 버리기 쉬운 제품들이 주로 팔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중소 가구업체들도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들을 겨냥한 저렴한 `수납가구'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그동안 내구재에 속했던 가구가 점점 `쓰고 버리는' 트렌디한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9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www.auction.co.kr)에 따르면 수납가구의 2월 한 달간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가운데, 공간박스.협탁 등 저렴한 소가구가 모여있는 수납/소품장 카테고리의 판매가 96%나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가구는 온라인주문에 대한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모두의 장벽이 높아 매출 급증이 어려운 대표적 상품군으로, 같은 기간 가구 전체 판매량이 20%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수납가구 등 `패스트 퍼니처'의 판매 증가율이 평균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

   옥션 가구담당 카테고니매니저(CM) 최재연 대리는 "불황일수록 기본색상과 기본디자인이나 다용도 상품 등 가격대비 효용이 큰 가구들이 인기"라며 "단기간 사용하고 버리기에 부담이 없어 자취생, 신혼부부, 싱글족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불경기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 가구 공장들이 온라인에 직접 진입해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작년에 비해 20~30% 가량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점도 이런 트렌드에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경기도 포천의 가구공장 6~7개가 옥션에 입점했다.

   옥션은 이처럼 `패스트 퍼니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납/소품장 카테고리를 작년에 비해 2배로 세분화하는 한편 3월말까지 `수납의 달인' 행사를 통해 5만~8만 원대 서랍장, 1만~4만 원대 책장, 2만~13만 원대 수납장을 선보인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도 올해 들어 지난해 동기에 비해 수납가구의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터파크도 `수납에 인테리어를 더하다'라는 상시 기획전을 열고 침실.거실.주방 등 공간별, 용도별 다양한 수납가구를 최고 40% 할인가에 선보이고 있다.

   접으면 렌지대, 펼치면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활용 접이식 식탁렌지대 세트'(6만 원대), 옷걸이 봉이 설치돼 있어 선반을 탈착해 옷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수납장(3만 원대), 6개가 1세트로 구성된 `퍼니처 공간박스'(9천 원대)도 공간 활용도가 높아 인기다.

   GS이숍(www.gseshop.co.kr)에서는 방 한 쪽에 지지대를 세우고 옷걸이와 수납할 수 있는 선반을 설치하는 시스템형 행거가 하루 5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옷을 최대 200벌 이상 수납할 수 있어 장롱 대신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 공간에 맞게 크기를 조절하거나 옮기기에 쉽다. `180벌 행거 + 다용도 폴 행거'가 3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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