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최근 세계 주요 교역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본격화함에 따라 이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일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석유화학 윤순봉 사장은 “수출을 주로 하는 계열사의 경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각국이 우회적인 방식의 보호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석유화학과 철강 제품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 국가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또 삼성연구소는 다음달 2일 개최되는 런던 금융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공동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소도 지난달 22일 “최근의 보호주의는 WTO를 통해 규제하기 어렵다”며 “신흥경제 국가의 자원개발 및 사회 인프라 구축 등에 대한 협력을 통해 통상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아직 우리 기업들과 정부가 교역국가들의 보호주의 움직임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호주의는 국가 대 기업의 문제인 만큼 민관이 협력해 정보 공유와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교역의존도 70% 넘는 한국경제
세계 주요 교역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교역의존도가 70% 이상인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이번 보호주의 움직임은 과거에 비해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관세장벽을 높이는 등의 단순한 자국산업 보호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재에 따라 더 이상 위력적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를 피해나가는 방법들은 더욱 다양하고 악랄해졌다.
지난달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들은 △정부지원을 받는 금융기관들의 국내대출 확대 및 해외 대출 제한 △내국인 고용 우대 정책 실시 △정부지원 제조업체의 국내생산 유지 △해외 아웃소싱 금지 등의 방법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교역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 기업은 물론 경제연구소, 정부에서도 신(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정부 대책마련에 부심
우리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G-20 회의에서 "향후 12개월 내에 새로운 무역장벽을 세우지 않는다"는 내용의 ‘스탠드 스틸’을 제안, 국제적인 ‘반 보호무역전선’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최근 각국의 보호주의 실태를 파악, 우리 기업들이 이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7일 인도네시아 유수프 칼라 부통령과의 환담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보호무역주의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무역자유화의 대원칙을 굳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뉴질랜드, 호주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보호주의의 폐해를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지양을 위한 공조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