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쇼크… 코스피 900선도 위협

2009-03-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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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사인 AIG가 자국 기업사상 최대손실을 냈다는 소식으로 코스피가 한때 1000선 아래로 추락하자 3월 증시에서 900선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9월부터 15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자금이 투입된 AIG가 작년 4분기에만 617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낸 데 이어 미 정부가 30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지원을 결정하자 시장불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가는 외국인 투자자가 16일 연속으로 2조57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연일 국내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점을 가장 큰 악재로 지목했다.

◆미국발 악재 금융시장 직격탄=동유럽 국가군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금융기관 부실이 갈수록 심화되자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코스피는 한때 1000선이 붕괴되며 992.69까지 밀렸다가 외국인 매물을 기관이 사들이면서 전날보다 0.66% 오른 1025.57로 보합권에 턱걸이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794억원과 1954억원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2372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전달 10일부터 이날까지 16거래일에 걸쳐 무려 2조5728억원에 이르는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70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600원마저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지만 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17.90원 떨어진 1552.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원ㆍ달러 환율은 1259.4원에서 1552.4원으로 무려 293원 치솟았다.

미국ㆍ동유럽발 금융불안으로 국내에선 외화 유동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증시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도래하는 은행외채 때문에 외환시장이 불안하다"며 "여기에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 부실로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은행외채 만기는 상당 부분 차환될 것으로 보지만 절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동유럽발 금융위기까지 작용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과 주가가 어느 선에서 지켜질 지 판단하기도 여려운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와 국내외 증시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상승 폭은 외환당국이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수 900선 초반 후퇴 가능성=해외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가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코스피가 900선 초반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시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16일 연속 매도를 이어가고 있고 주식형펀드로 자금유입도 주춤해져 지수를 방어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 1000선이 한때 무너지면서 하락압력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1000선이 무너지면 단기적으로 반발 매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큰 1000선이 무너진다면 전저점인 900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수 반등은 900선 초반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경우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작년 10월과 같은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며 "코스피가 900선 초반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동차ㆍ조선ㆍ반도체ㆍ철강 업종에 대한 실적전망은 전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증시가 다른 국가와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급등이 지속된다면 900선마저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증시에서 수급 주체인 외국인이 원화 주식을 계속 팔아치울 수 있다"며 "이 경우 증시가 전저점을 깨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서혜승 기자 haron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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