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끝없는 평행선을 달려 왔던 여야가 마침내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미디어법은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 하기로 하고 금산분리 완화 등 나머지 쟁점법안들은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국회의장 직권상정 가능성으로 정국 경색이 예고됐던 국회는 파국만은 면하게 됐다.
◇무엇이 합의를 이끌었나
당초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2일까지 계속되면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정국 경색만큼은 막기 위해 각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들도 이날 협상과 재협상을 거듭하고 김 의장과는 비밀회동까지 가졌으나 성과는없었다.
하지만 이날 김 의장의 ‘마지막 결단’이 사태를 급반전 시켰다. 당초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시간까지 늦춰가면서 미디어법 등 15개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심사기일을 지정한 것이 결과적으로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게 한 것이다.
평소 ‘직권상정’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다가 막판에 ‘강단’을 보인 점이 민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됐다.
또 친정인 한나라당에도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충분히 숙성될 때까지 최대한 인내한다’는 그의 평소 신념을 유지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당초 한나라당으로서는 미디어법 처리시기 문제를 제외하곤 김 의장의 직권상정은 내심 바라던 바였다.
또 민주당의 경우 한나라당이 숫자로 밀어붙이거나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저지가 불가능한 만큼 명분이라도 챙기고 보자는 배경이 깔려 있었다.
실리로 따지면 6월 미디어법 처리를 받아들임으로서 한나라당에 백기를 든 셈이지만 명분상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불가’라는 당론은 관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중재안 속 중재안’도 여야합의에 한몫했다.
그동안 당 지도부에 ‘국민 동의’를 강조하던 박 전 대표가 야당에 ‘양보하라’고 요구한 것은 직권상정 직전 김 의장의 결단과 당 지도부의 막판 추진력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여야 ‘엇갈린 명암’
이날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으나 각 당의 명암은 정반대로 엇갈릴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경우 최대현안인 ‘미디어법 처리시기 못박기’와 금산분리 완화 등 기타 경제 쟁점법안의 회기 내 처리라는 당론을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그간 리더십 부재 지적에 시달려 오던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의원들의 입김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반면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론을 관철하지도 못하고 이번 합의로 사실상 한나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때문에 4.29 재보선 때까지 당내 비주류 단체인 민주연대 등으로부터 리더십 부재 지적에 시달리는 등 내부분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이날 여야 대표회담이 성사되고 난 뒤 박희태 대표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반면 정세균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일관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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