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아메리카노]"광고는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

2009-02-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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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한 해 최대의 유행어는 '~하면 되고'와 '~했을 뿐이고'를 들 수 있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 두면 되고…" 그러나 하반기에는 경기침체로 인한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빚내서 가입한 펀드는 반 토막 났을 뿐이고, 난 회사에서 짤렸을 뿐이고…"

 그래도 또 다른 텔레비전 광고 '대리 인생' 편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진한 감동을 준다. 모처럼 기분 좋게 취한 부장(장미희)이 부른 대리운전 기사가 하필이면 부하 직원(이문식)이다. "이 대리?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립니까? 내년엔 둘 다 끝냅시다"

 광고는 이처럼 뜻밖의 발상으로 재미를 안겨준다. 

 광고는 기업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투자다. 미국 도요타의 광고 책임자인 보스트는 '물이 새는 양동이 이론'을 제시한다. 소비자를 담고 있는 그릇의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물'은 '소비자'다. 결국 소비자들이 항상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소비자를 담는 그릇이 늘 차 있도록 광고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불황일 때 기업은 광고비에 대해 민감해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괜찮아 보이던 광고시장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4분기 들면서 급감했고, 한국광고주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55개사의 70%가 올해 광고예산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도 광고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미국의 K마트의 경우가 좋은 예다. 불황기인 1980년대에 2위 유통업체였던 K마트는 광고비를 50% 삭감했다. 그 결과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졌고 매출도 급격히 줄었다. 결국 K마트는 공격적인 광고 공세를 펼친 1위 월마트에 밀려 법정관리로 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국내 광고계는 네티즌이 광고주를 압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광고주협회는 “이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의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라며 ”최근 고유가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광고활동을 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기업의 적극적인 광고활동을 주문한 바 있다.

 광고주협회는 지난 18일 새수장을 맞았다. 재계 홍보의 대부(代父)로 통하는 이순동 전 제일기획 사장이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신임 이 회장은 1980년 삼성전자 홍보과장으로 홍보계와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삼성의 얼굴을 만들어 냈다.

 국내 홍보인으로선 최초로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바 있는 이 회장은 국내 100대기업 현직 홍보맨들이 꼽은 가장 유능한 홍보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기가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광고비, 함부로 줄일 일이 아니다. 홍보분야에서 활동해 온 기자출신 PR맨 1세대인 신임 이순동 회장. 어려운 상황일수록 미래를 내다보며 투자하는 마인드를 기업에 심어줄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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