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체의 ‘민간’ 배드뱅크 설립안이 검토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장들은 지난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과의 합동 워크숍에서 부실 채권 인수를 위한 민간 '배드뱅크'를 설립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 한파 등으로 급증할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 주도가 아닌 은행들 자체 출자를 통한 민간 중심의 제2의 자산관리공사(캠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캠코는 1997년 11월 부실채권 정리를 전담하는 국내 유일한 배드뱅크로 재탄생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도 금융기관이 보유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별도 재원 없이 보유 채권을 현물 출자하거나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해 배드뱅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 경기부진이 심화화면 부실채권이 더 늘어나 현재 캠코가 보유한 여력으로는 정리하기 어렵다"며 "개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배드뱅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민간 중심의 통합 기관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자체 배드뱅크 설립을 제안한 것은 올해 경기 부진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해 부실정리 역할이 부각되는 데다 부실채권 헐값 매각 논란을 없애기 위해 배드뱅크를 추가로 설립, 경쟁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인 부실채권 잔액은 작년 12월 말 14조3000억 원으로 1년 전 7조7000억 원의 배로 뛰었다.
캠코 역시 지난 1월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올해 금융위기가 심화돼 부실채권이 급증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별도 기금을 설치해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정부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정부 산하 기관인 캠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가 배드뱅크를 설립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구나 '배드뱅크'라는 용어 자체가 국내 은행들이 부실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채권 인수 기구의 설립 여부는 은행들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은행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의 가격 산정 방식에 대해 은행 간 이해관계도 엇갈릴 수 있어 설립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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